비씨카드가 베트남의 판매시점정보관리(POS) 단말기 유통 1위 업체를 인수하며 현지 카드결제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국내 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비씨카드가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이날 ‘와이어카드 베트남’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약 71억원이다. 와이어카드 베트남은 독일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의 베트남 지사다. 현재 와이어카드 베트남은 현지 주요 은행과 전자결제 업체 등 40여 곳에 결제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현지 시장 점유율 1위다. 비씨카드는 이날 인수 계약을 마쳤으며, 올 3분기 이전에 대금 정산과 지분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비씨카드는 자사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기술을 접목해 와이어카드 베트남의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결제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통합 단말기를 개발하고, 단말기 원격 업그레이드를 통한 비용 절감 등을 구현할 계획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와이어카드 베트남의 공급처 및 일반 고객들에게 다양하고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씨카드는 2017년부터 베트남 금융결제원(NAPAS), 리엣비엣포스트은행, 사콤뱅크 등 베트남의 다양한 결제기관과 ‘디지털 협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전업 신용카드 회사들이 호실적을 냈을 때 비씨카드만 나 홀로 부진을 겪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비씨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97억원으로 전년(1154억원)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4% 떨어졌다. 다른 카드사들이 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이나 자동차 할부금융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동안 비씨카드는 주 수익원인 가맹점 모집과 관리 및 대금결제 업무(매입업무)에 집중했다.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카드결제 승인액이 줄면서 비씨카드의 매입업무 수익이 감소했다. 이를 상쇄할 다른 사업군이 없어 비씨카드의 지난해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이번 베트남 시장 진출을 통한 사업 다각화가 비씨카드의 취약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원석 비씨카드 사장도 이날 “해외 시장 진출 등 사업구조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씨카드는 앞서 인도네시아 카드결제 시장에 진출한 경험을 베트남에서도 십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비씨카드는 2015년 인도네시아 최대 은행인 만다리은행과 합작사(MTI)를 설립해 현지에서 카드결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MTI 사업 등 풍부한 경험을 베트남 시장에 그대로 활용해 빠르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씨카드는 신남방 국가의 ‘현금 없는 사회 구축’ 기조에 맞춰 국가 간 결제 네트워크 제휴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비씨카드가 수익 다각화의 일환으로 해외 진출 외에 리스와 렌털업 진출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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