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영어교육 서비스 ‘시원스쿨’을 운영하는 SJW인터내셔널은 지난해 23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무려 583.8% 급증했다. 본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었다. 하지만 주식·부동산 투자가 쏠쏠했다. 주식 등을 사고팔아 107억원의 이익을 남겼고, 보유 빌딩을 매각해 147억원을 벌었다.
이 회사처럼 투자사로 변신을 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본업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JW인터내셔널은 2016년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을 295억원에 매입한 뒤 지난해 정당인 국민의힘에 400억원대에 팔았다. SJW인터내셔널은 이 돈으로 지난해 서울 반포동 송암빌딩, 청주 석교동 청주빌딩, 서울 청담동 청담퍼스트타워 오피스텔 등을 매입하며 재투자에 나섰다.
주류 업체 무학도 지난해 주력 제품인 소주 등을 팔아 벌어들인 이익보다 투자로 번 돈이 많다. 지난해 순이익은 132억원, 영업이익은 20억원이었다. 여유 자금 약 2700억원을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 사모펀드 등에 넣어 굴린 덕분이다. 특히 2000억원 넘게 넣은 ELS에서 91억원의 평가이익이 났다. KISCO홀딩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유비쿼스홀딩스 등 상장사 주식에도 투자해 23억원(수익률 14.9%)을 벌었다.
시멘트 업체 유니온도 지난해 영업이익(78억원)보다 많은 순이익(154억원)을 올렸다. 보유 중인 OCI 주가가 지난해 50% 가까이 오른 영향이다. 유니온이 보유한 OCI 지분 2.6%의 가치는 2019년 말 395억원에서 지난해 말 586억원으로 191억원 늘었다. 한때 OCI그룹 소속이었던 유니온은 독립 후 OCI 지분을 쏠쏠한 투자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7년엔 일부를 팔아 282억원을 벌었다.
본업 이외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건설사들도 벤처투자에 달려들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초 플랫폼 프로그램 개발 업체 아이티로 지분 30%를 매입했다. 아이티로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플랫폼 소프트웨어 개발과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스포츠 드론 제조 업체인 아스트로엑스 지분 30%에도 투자했다. 현대건설은 올 1월 인공지능(AI) 기반의 건축 자동 설계 기술을 보유한 텐일레븐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사로 변모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지주사들이다. BNK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공개적으로 투자전문 금융사로 탈바꿈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내부 조직 구축부터 인력 확충까지 적극적으로 사업 체질을 바꾸고 있다. GS그룹의 지주사인 GS는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 때 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을 고려해 사업 목적에 금융업을 새로 추가했다.
이 밖에 피부 미용 의료기기 전문 업체 이루다는 최근 사업 목적에 벤처기업·신기술사업 투자업을 추가했고, 의약품 제조 업체 유나이티드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토탈소프트는 각각 엔젤투자(스타트업 투자)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상장사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도 있지만 새로운 영역에서 사업 협력을 추진하려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임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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