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서발법은 의료민영화의 토대로 작용할 것이란 시민단체 주장과 이와 관련한 정치권 공방에 부딪혀 법안 폐기와 재입법 추진 등 표류를 거듭했다. 10년 전 법안 실무 책임자였던 홍 국장이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될 동안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막연한 주장과 과도한 불안에 사로잡혀 사실상 제자리걸음만 했다는 지적이다.
선진국과 격차 커지는 서비스산업
26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부가가치 생산액 중 서비스산업 비중은 62.3%였다. 2008년 61.9%에서 0.4%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발법이 국회에 잠들어 있던 10여 년간 한국의 서비스산업도 덩치를 키우지 못한 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는 평가다.같은 기간 주요 선진국의 서비스산업은 계속 성장했다. 서비스업 선진국인 미국의 2018년 서비스업 비중은 79.8%로, 2008년 후 2.5%포인트 증가했다. 한국과의 격차는 20%포인트에 육박한다. 영국은 같은 기간 77.1%에서 79.7%로, 프랑스는 77.4%에서 78.9%로 각각 비중이 높아졌다.
2008년 한국과 서비스업 비중이 비슷했던 핀란드(63.9%)와 아이슬란드(68.7%)도 서비스업 육성에 성공했다. 두 나라의 서비스업 비중은 10년 새 각각 5.5%포인트, 4.7%포인트 높아졌다. 한국과의 격차도 그만큼 벌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발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동안 주요국과의 서비스업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법안을 통과시켜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발법 안에는 민관 합동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해 서비스업의 체계적인 발전을 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위원회를 중심으로 서비스업 발전 5개년 계획 등을 만들고 재정·세제·금융 등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원 분야는 유통·의료·관광·교육·물류 등 모든 서비스업 분야를 포괄한다.
서비스업 연구개발(R&D)을 세제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지원책 중 하나다. 현재는 제조업 R&D 중심으로 세제 지원이 되기 때문에 서비스업은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서비스업 특성을 반영한 R&D 개념을 정립하고, 서비스업 R&D에도 세제·재정 혜택을 줄 계획이다.
법안 논의는 ‘무한 공전(空轉)’
국회에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성걸·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세 가지 서발법 제정안이 계류 중이다.기본 골격은 법안이 처음 발의된 10년 전과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이 의료·교육·공공서비스 등의 요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아 현재는 의료 관련 4개 법안을 서발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 의원안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관광·음식점 등 대면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입은 지금이 서발법 통과의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다.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서비스기업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서발법 통과를 미뤄선 안 된다는 것이다.
10년 전 정책조정국장 자격으로 법안을 만들었던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발법 통과를 촉구하는 장문의 글을 남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 총리 대행은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도소매·음식숙박 등 대면 서비스업은 생존을 위한 돌파구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긴박한 상황 속에서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해 줄 서발법의 입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비스산업 생산성을 주요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높아지고 15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추가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서발법은 지난 2월 공청회를 별다른 이견 없이 마쳤지만, 지난달과 이달 임시국회에서 법안소위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정부는 다음달 국회에서 다시 서발법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강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