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른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맡았는데 어떻게 (여우조연상을)경쟁할 수가 있는가, 우리는 각자의 영화에서 최고였다."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수상을 하던 순간, 경쟁자들은 그녀의 위트있고 겸손한 수상 소감에 감탄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2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스테이션과 LA돌비 극장에서 열린 미국 최대 영화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를 꺾고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윤여정은 이날 수상소감을 밝히며 다른 조연 여배우들에 비해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윤여정이 마이크 앞에 서서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계속 그녀의 작품을 지켜봐온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 우리는 모두 다른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맡았는데 어떻게 경쟁할 수가 있는가, 우리는 각자의 영화에서 최고였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라고 하던 그 때. 카메라에 클로즈업 된 아만드 사이프리드는 "우리는 각자 영화에서 최고였다"는 멘트에 감격해 하며 'I love her'라고 혼잣말을 하며 박수를 보냈다.
윤여정은 시상식 이후 인터뷰에서 "시상자인 브래드 피트에게서 무슨 냄새가 났느냐"는 다소 무례한 기자의 질문에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유쾌하게 받아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로눈 처음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하는 역사를 새로 썼다.
윤여정은 무대에서 자신의 첫 감독인 김기영 감독도 언급했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은 제 첫 감독이었다.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제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모든 분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1980년대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미나리'에서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게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간 할머니 '순자' 역을 연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