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의 계열 카드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올해 1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카드 사용 증가와 비용 관리로 카드사들의 양호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올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KB국민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5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2%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32.8% 증가한 1681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KB국민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72.4% 늘어난 1415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의 순이익은 720억원, 하나카드는 3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각각 41.2%, 139.4%씩 늘었다.
은행계 카드사들의 호실적은 카드 이용금액이 견조한 반면 이자비용과 대손비용이 적게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의 실적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까지만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위축됐다. 하지만 올해 2월과 3월은 소비심리가 개선되며 카드 이용금액이 증가했다.
실제로 국내 카드승인액은 2월 8.6%에 이어 3월에는 20.3% 증가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체카드 승인금액이 4.3%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가 있다. 이를 제외하고도서라도 카드 승인액은 견고한 모습이다.
카드사들의 비용 절감도 실적개선의 요인이다. 카드 부가서비스 및 수수료, 회원모집 비용 등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여행, 놀이공원 등 외부 활동과 관련된 매출이 줄었지만 관련된 서비스비용도 함께 감소하는 등 마케팅비용 절감이 가능했다.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비용 절감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 저하를 방어했다"며 "레버리지 한도 확대에 따른 영업기반 확대,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카드 사용 증가, 금융지원 연장으로 올해 카드사들의 펀더멘털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7월부터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면 카드사의 이자수익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우대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할 수 있는 가맹점수수료율 체계 점검이 예정돼 있는 것도 부담이다. 가맹점수수료가 카드사 수익에 본질적 수익원이라는 점에서 수수료 인하가 다시 이뤄진다면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최 연구원은 "법정최고금리 인하, 우대가맹점수수료율 조정은 카드사 영업환경에 비우호적이나 견고한 시장점유율, 카드 사용 확대, 비용 절감을 통해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는 9월까지로 연장된 취약 차주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원으로 자산건전성 지표들도 오히려 강화됐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