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빚까지 내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신용융자잔액(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은 22조4210억원을 기록했다. 13일 이후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신용증거금은 8137억달러를 나타내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따지면 3.72% 수준으로, 정보기술(IT) 버블·2018년 고점보다도 높다.
신용융자 증가는 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퍼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거나 근접한 상황이다. 16일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34,200.67과 4185.47을 나타내며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3200선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증시를 괴롭히던 국채 금리 오름세가 한풀 꺾이면서 증시가 다시 상승 기류를 탔고, 이에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다만 시장의 유동성 증가는 유의미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올 1월 중순만 해도 74조원을 넘어섰으나 현재는 63조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유가증권시장 하루 거래대금 역시 연초 이후 25조원 수준을 기록한 뒤 최대 44조원 규모까지 증가했었지만, 이달 들어선 15조원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나홀로 늘어나는 빚투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분위기가 바뀌어 주가가 급락하면 매도 물량을 받아줄 신규 유동성도 부재한 터라 신용으로 매수한 종목들에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유동성이 강하게 공급되는 국면이 아닌데 신용 융자가 증가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거래 자체가 늘어난다고 해서 꼭 위험한 것은 아니다”면서 “증가 속도와 심리 변화가 중요하며, 신용거래 증가 속도가 정점에 이르면 주가 변동성이 출현한 경험이 있다”고 짚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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