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오늘은 은행에 대해 공부해봅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는 6405개로 1년 새 304개 줄었다고 하네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은행이 점차 사라지는 느낌이네요. 은행이란 무엇일까요.
▷현명한=은행은 여윳돈이 있는 이로부터 예금을 받아서 필요한 이에게 빌려주는 곳입니다. 금융기관의 대표라 할 수 있죠.
▷선생님=역시 전교 1등 명한이가 잘 알고 있군요. 우리가 사업을 시작하거나 아파트를 구입하려는데 돈이 모자라면 빌려야 하잖아요. 반대로 돈이 남는 사람은 저축을 하겠죠. 이처럼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금융이라고 하는데 은행이 대표적 금융회사입니다. 특히 은행을 통하는 것을 간접금융이라고 하는데, 기업이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과 대비해서 중간에 은행이 매개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통상적으로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높은데 이를 예대금리차(예대마진)라고 하죠. 그 차이만큼이 은행의 수입이 되는 것입니다. 은행은 다른 기능도 하는데… 아는 사람?
▷명석해=지급결제와 환전업무도 은행의 중요한 역할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학생회장 석해, 훌륭해요. 우리가 돈을 많이 갖고 다니기 힘들잖아요. 예를 들어 A은행에 돈을 맡겨놓고 A은행 명의의 수표 한 장만 써서 주면 수표를 받은 사람이 A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받을 수 있어요. 수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예금으로 B은행에 입금할 수도 있는데 B은행이 수표를 발행한 A은행으로부터 그만큼의 돈을 돌려받게 되죠. 신용·직불카드 대금결제도 이와 마찬가지로 은행의 지급결제 기능을 통해 이뤄집니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으로 돈을 보내는 송금이나 외국돈을 원화로 바꿔주는 환전도 은행의 역할들이죠.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은행의 역할은 돈이 잘 돌게 하는 것입니다. 은행은 예금을 받으면 일정 비율(지급준비율, 현재는 7%로 정해짐)만 예금지급을 위해 남기고 대부분을 대출해줍니다. 대출받은 기업(또는 개인)이 일부는 당장 쓰고 일부는 예금으로 보관할 텐데, 이 예금도 역시 지급준비율만큼만 은행에 남기고 또 대출에 쓰입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돈이 돌다 보면 첫 예금액보다 수십 배 많은 돈이 시중에 공급돼 투자와 소비에 활용되겠죠. 이를 은행의 통화창출 기능이라고 합니다.
▷왕고수=선생님, 은행들이 주식투자도 많이 하잖아요. 요새 투자은행들이 주식시장의 큰손인 것 같아요.
▷선생님=음~고수가 주식은 잘 아는데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는 조금 부족하군요. 투자(Investment)은행은 기업이 발행한 증권(주식, 채권 등)을 인수해 투자자에게 판매하거나 차입으로 조성한 자금으로 기업 혹은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금융회사입니다. 투자자문이나 기업 인수합병(M&A), 파생상품 혹은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투자활동을 하지만 예금을 받지는 않아요. 투자은행과 대비해서 우리가 아는 은행을 상업(Commercial)은행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거듭 강조하지만 은행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예금(수신)과 대출(여신)입니다. 물론 은행들도 부분적으로 투자활동을 하기는 해요. 또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 투자은행은 계열사로 은행 증권 보험 등 부문별 금융회사를 거느리고 대규모로 자금을 운용하기도 한답니다. 요즘 은행은 보험상품이나 증권사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서 유니버설(Universal)은행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차이를 알겠죠.
▷학생들=네 선생님.
▷선생님=상호저축은행도 명칭에 은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고 여·수신 업무를 하기는 하지만 은행법에서 정한 은행은 아니에요. 예전에 사적으로 돈거래를 하던 곳을 합법화하면서 일정 정도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도록 만든 제도랍니다.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우체국예금 등 여·수신 업무를 하는 곳은 또 있어요. 자금을 융통한다는 의미에서 금융(金融)회사는 이들 외에도 보험 증권 종금 등을 모두 포괄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은행을 제1금융권, 나머지를 제2금융권이라고 구분하기도 해요.
▷신중한=선생님, 수출입은행은 예금을 받지 않던데요.
▷선생님=중한이가 또 좋은 지적을 했네요. 시중은행에서 공급하기 어려운 대규모 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은행이 몇 개 있어요. 수출입 및 해외투자 자금을 빌려주는 한국수출입은행, 산업 발전과 대규모 기업 융자를 위해 만들어진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 지원에 특화한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 등이 그런 곳이에요. 이들은 정부 출자금이나 해외차입 등으로 거액의 자금을 모아 우리 기업들에 다소 낮은 금리(정책금리)로 빌려준답니다. 그런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작지만 예금도 취급하기는 해요. 한국은행은 ‘은행의 은행’이라 불리는 중앙은행인데 한은은 다음에 배웁시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미국 신용평가사 S&P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 1위 신한은행의 예금·대출 등 자산규모는 4785억달러(약 538조원)로 세계 61위이며 1위 중국공상은행(4조3242억달러)과 차이가 큰데 국내 은행의 덩치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② 우리나라가 제조·서비스 업체의 은행 지분 소유를 4% 이내로 제한하는 등 산업과 은행을 분리하는 이유는 왜일까.
③ 대출금과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하는 부실자산이 쌓여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는데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