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의 ‘8월 코로나19 백신 국내 위탁생산’ 발표가 부른 시장의 혼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위탁생산 백신의 종류와 생산 업체가 어디인지를 둘러싼 소문과 추측이 쏟아지면서 지난 15일에 이어 16일에도 관련 종목 주가가 춤을 췄다. “방역당국이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1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날 장 시작 전 ‘정부가 발표한 8월 위탁생산 제품은 러시아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업체는 휴온스 컨소시엄’이란 얘기가 돌았다. 휴온스글로벌이 비슷한 시간에 “자회사인 휴메딕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보란파마와 함께 러시아 국부펀드(RDIF)와 스푸트니크V 백신 기술을 이전받아 8월부터 시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전날 공식 브리핑에서 “국내 한 제약사가 8월부터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대량 위탁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명과 백신 종류는 공개하지 않아 시장에서는 위탁생산 업체를 찾아내느라 분주했다. 관련 종목은 급등락했다.
하지만 이날 ‘8월 위탁생산 제품은 스푸트니크V’란 소문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정부가 언급한 ‘8월 대량생산 백신’은 스푸트니크V가 아니다”고 부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반장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계약이 완료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물러섰다.
이틀 연속 계속된 ‘스무고개’식 브리핑에 관련 주가는 요동쳤다. 녹십자와 에스티팜 등 관련주 주가는 이날 하루 10% 넘게 오르내렸다. ‘정부가 확정되지 않은 계약을 언급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에 손 반장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그는 “정부의 노력을 알리고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전날과 같은 안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의 해명에도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백신 확보 문제로 코너에 몰린 정부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성급하게 민간기업의 계약 사항을 알리려다 스텝이 꼬인 것”이라며 “정부가 투자자로 하여금 위탁생산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점찍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로선 러시아 백신 도입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선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과 유럽이 화이자·모더나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국내 백신 수급에도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