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파괴’의 아버지 조지프 슘페터의 등장 이후 혁신, 도전, 전환은 성공을 추구하는 모든 기업과 경영자들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덕목이 됐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의 신년사에 이 단어들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혁신은커녕 기존 점유율조차 지키지 못한 채 시장에서 밀려나고야 만다. 왜 그럴까.
《시장의 파괴자들》의 저자 쉘린 리는 ‘오늘의 고객이야말로 기업의 미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한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현재의 ‘캐시 카우’(현금창출원)에 대한 집착 때문에 대부분 기업이 끓는 물속의 개구리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고야 만다는 말이다.
전작 《오픈 리더십》에서 소셜미디어 시대를 주도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 다뤘던 저자는 이 책에서 기업의 혁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시키기 위한 원칙과 행동 지침에 대해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혁신의 3원칙은 △미래의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 전략 △변화를 추진하고 지탱할 수 있는 리더십 △혁신적 변화를 이끄는 문화다.
애널리스트와 컨설턴트로 일하며 경영 현장에서 직접 여러 기업과 함께 파괴적 성장 전략을 기획한 전문가답게 이 책에는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 든 기업들의 풍부한 사례가 담겨 있다. 고객들에게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기존 사업 모델을 버리고 월정액 방식의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을 도입한 어도비는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다. 수년간의 매출 감소와 기존 고객들의 반발을 이겨내고 회사 매출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맥킨지와 마이크로소프트, T-모바일 등 험난한 길을 걸은 끝에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다른 기업들의 사례도 깊이 있게 다뤘다.
“‘초우수’ 고객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분주한 사이에 수익성은 낮지만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고객들을 경쟁사와 신규 진입 기업에 빼앗기고 만다.” 저자의 이 말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이 주저앉는 이유가 담겨 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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