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사 50주년을 맞는 크레텍은 국내 최대 산업공구 플랫폼 기업이다. 방대했던 산업공구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집대성하고 온라인주문 시스템, 제품 정보 디지털화 등을 접목한 과학적 유통망을 구축해 공구산업이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 기업으로 꼽힌다.
크레텍을 설립한 최영수 회장(사진)은 자전거에 공구를 싣고 다니며 팔던 행상 출신이다. 당시엔 가격을 조금 높게 부른 뒤 적당히 깎아주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품을 정가에 판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 내친김에 공구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교회의 주보를 본떠 공구 카탈로그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공구 업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바이블’로 통하는 ‘한국산업공구보감’이 세상에 선보인 순간이다.
체계적이지 못한 공구 유통망이 눈에 들어와 표준화 작업을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최 회장은 “공구는 비슷해 보여도 규격이 중요하기 때문에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정확하게 의사소통하는 게 관건”이라며 “당시 일본 카탈로그가 있긴 했지만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았고 규격 때문에 반품하는 사례가 잦았다”고 설명했다.
공구보감 보급이 늘어나면서 공구상들은 공구 주문을 받을 때 고객과 공구보감을 보면서 소통했다. 공구보감을 수백 권씩 구매해 거래처에 배포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렇게 시작한 28쪽 분량의 팸플릿은 30여년이 흐르면서 3620쪽의 두꺼운 책자로 변모했다. 국내외 1250개사, 14만여 개의 산업공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크레텍은 한국산업공구보감과 주문 시스템을 연계해 온라인 주문부터 재고 확인, 견적서 작성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에서도 공구보감의 분류체계를 인용한다. 크레텍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유통대상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크레텍은 연 매출 5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산업공구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공구 유통망 구축을 위해 2015년 ‘크레텍 서대구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2017년 군포시 당동에 공구업계 최대 규모 물류센터인 ‘서울통합물류센터’를 열기도 했다. 최 회장은 “공구는 산업을 움직이는 열쇠”라며 “세월은 변했어도 공구를 통해 세상이 더 편해지고 안전해지는 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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