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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안심소득 실험 '산넘어 산'…기본소득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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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심소득 실험에 시동을 걸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기본소득(보편적 복지) 논쟁이 촉발된 가운데, 오 시장은 '선별적 복지'인 안심소득으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서울시에서 안심소득을 구현하기까지 중앙 정부와의 협의, 예산 확보 등의 관문을 거쳐야 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근로의욕 떨어뜨리지 않는 선별 복지 가동
14일 ‘오세훈 캠프’ 측 인사들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오는 20일께 시 복지정책실로부터 후보 시절 핵심 공약이었던 안심소득 실험 추진방안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상반기 내 안심소득 실험 대상 선정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캠프 관계자는 “오 시장은 코로나19 방역, 부동산 정책에 이어 안심소득과 1인가구 보호특별대책을 중심으로 한 복지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구상하는 안심소득은 특정 소득기준선(중위소득 100%)에 못 미치는 계층에게만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제도다. 기준소득의 부족분 절반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잘 살든 못 살든 똑같은 금액을 받는 게 아니라 어려운 사람일수록 지원을 더 많이 받는 구조다.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100%인 연 5850만원을 지원 기준으로 할 때, 연 2000만원을 버는 가구는 1925만원을 지원받아 연간 총 소득 3925만원을 갖게 된다. 연 4000만원을 버는 가구는 925만원을 받아 연 4925만원의 소득을 보장받는 식이다.

소득이 많으면 지원금은 줄어들지만 총 소득은 더 높기 때문에 근로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게 오 시장측의 설명이다. 학계에서 안심소득 논의를 주도하는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안심소득은 저소득층에게 강한 근로유인을 제공한다"며 "소득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에서 200가구를 대상으로 3년간 안심소득 실험을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실험에 따른 연간 예산은 연간 4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안심소득을 확대 적용해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경우 10조원 이상, 전 국민으로 넓힐 경우 총 53조원의 예산이 매년 투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앙정부 관문 통과해야
오 시장의 안심소득 실험은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실험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다. 중복 지원을 피하기 위해 생계급여 등 기존 복지혜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을 가려내던가, 또는 기존 혜택을 일시 중단해야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실험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0가구 내에서도 가구 수별, 소득별 표본을 정교하게 추출하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심소득 실험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앙정부의 협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와 협의가 안되면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조정토록 하고 있는데 사회보장위원장은 정세균 국무총리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사전협의를 해야할 것"이라며 "사전협의 대상이 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미리 실무자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안심소득은 증세없이 복지체계 대수술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반발에 부딛칠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주거·자활급여, 근로·자녀장려금 등 7개 복지제도를 통폐합하고 안심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선별 복지체계를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의 관계자는 "오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 재도전해 5년 임기를 전제로 안심소득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만약 승리하지 못할 경우 안심소득 결과도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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