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 현장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태평양에 배출하기로 13일 공식 결정했다. 한국 등 주변국들의 강한 우려에도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기로 해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바다에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2013년 오염수 처리 방식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8년여 만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오염수를 실제로 후쿠시마 앞바다에 흘려보내는 건 이르면 2023년부터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방류에 필요한 설비를 짓는 데만 2년이 걸린다. 방류는 30~40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도쿄에서 북쪽으로 250㎞ 떨어진 태평양 연안에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냉각장치가 손상되면서 가열된 핵연료가 압력용기 밖으로 녹아내리는 노심손상을 일으켰다. 이때 발생한 수소가 폭발하면서 6기의 원자로 가운데 1호기와 3호기, 4호기는 원자로 건물 상부가 날아갔다.
오염수는 손상된 건물로 흘러드는 빗물과 지하수가 원자로 내외부(압력용기와 격납용기)에 눌어붙어 있는 핵연료 찌꺼기(데브리)와 섞이면서 생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하루 평균 140t씩 발생하는 오염수를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 1050기에 보관하고 있다.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125만t으로 전체 용량(137만t)의 90%가 찼다. 이르면 내년 가을, 늦어도 2023년 3월이면 탱크가 가득찰 것으로 예상돼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2월 10일 일본 정부 자문회의가 제시한 오염수 처리 방식은 해양 방류와 대기 방출 두 가지였다. 대기 방출은 오염수를 증발시키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이유를 들어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를 택했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 등 수십 종류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배출하기 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을 이용해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예정이다. 또 오염수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음료수 기준을 밑도는 수치가 될 때까지 바닷물로 희석할 계획이다.
ALPS로도 제거하지 못하는 방사성 물질이 삼중수소다. 한국과 중국이 우려하는 이유다. 암을 유발할 수 있지만 원전뿐 아니라 자연환경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유해한 노출 양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삼중수소는 공기 중의 수증기와 빗물, 바닷물에도 포함돼 있고 수돗물을 통해서도 체내에 흡수된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농도를 국제 기준치인 연간 선량 한도인 1mSv(밀리시버트)의 40분의 1로 낮춰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을 포함해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국가가 기준치 이하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건 일본 정부가 협의 없이 오염수 처리 방식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오염수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도 소극적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니터링 팀에 우리 측 전문가를 참여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내 반발도 거세다. 일본 국민의 70%가 바다를 오염시키는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전력의 말 뒤집기도 논란을 키웠다. 2015년 8월 히로세 나오미 도쿄전력 사장은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기시 히로시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입장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