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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소비' 늘어도 웃지 못하는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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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소비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결제 수수료 장사가 본업인 신용카드사들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않다. 올해 소비 심리 확산에 따른 실적 개선이 연말께 이뤄질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에서 요율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전체 가맹점의 96%를 차지하는 영세 가맹점에 대해서는 현 수수료가 원가 이하로 낮아져 있는 만큼 추가 인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12일 신한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월평균 개인 신용판매(신용카드) 시장은 1분기 대비 7.0%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보복 소비’ 기조가 올 연말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각 카드사의 올해 실적도 지난해보다 다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카드의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6.57% 늘어난 425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카드업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3년마다 실시되는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작업이 올 연말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첫 단추격인 가맹점 수수료 원가 분석 작업을 위해 오는 15~16일께 삼정KPMG와 용역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소비 확대로 카드 결제가 늘면 카드사들의 관련 수익도 늘어날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올해 카드사들의 수수료 추가 인하 여력이 충분할 것이란 논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이미 원가 미만 수준으로 낮아진 가맹점 수수료율을 감안할 때 이는 오해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사들이 현재 가맹점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대 수수료는 2.3%다. 하지만 전체 가맹점의 96%에 달하는 ‘우대 가맹점(연매출 30억원 이하)’은 0.8~1.6%의 우대 수수료가 적용되고 있다. 영업과 마케팅 비용 등 원가를 감안할 때 카드사 입장에서 우대 수수료는 사실상 ‘밑지는 장사’라는 하소연이다. 작년 긴급재난지원금이 신용카드를 통해 풀렸을 때 전체 소비가 늘었지만, 영세 가맹점에 소비가 집중되면서 카드사들이 오히려 80억원 상당의 적자를 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카드사들이 거둔 당기순이익도 전년보다 23% 증가했지만 이 역시 비용 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였다는 항변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통계적 착시’가 수수료 인하 압박의 빌미가 될까봐 카드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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