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까지 국제관계의 주된 쟁점은 러시아의 남하와 이를 저지하려던 영국 간의 ‘그레이트 게임’이었다. 러시아는 발칸반도, 중앙아시아부터 연해주, 한반도까지 부동항을 얻기 위해 남하하려 했고, 영국과 우방인 미국은 이를 저지했다. 당시 조선은 왕이 러시아공사관에 들어가는 아관파천을 하고 친러정권을 세웠다. 조선은 일본이 싫어서 러시아 편을 들었지만 이는 나중에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길을 열게 했다. 영국과 동맹이 된 일본은 영국과 미국의 사전 승인 아래 한일강제병합을 밀어붙였다.
최근 한국에서는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편에 계속 서야 하느냐, 새로 세계 최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편에 서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이 중국을 선택한다면》에서 한국이 중국 편이 됐을 때 한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최 교수는 미국과 중국 이외의 나라,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저자는 한국이 미국과 멀어지고 중국 편에 설 때 일본의 입장에서 발생할 시나리오는 1900년대 초반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금 국제관계의 주된 쟁점은 러시아가 중국으로, 영국이 미국으로 바뀌기만 한 ‘그레이트 게임’이다. 중국 대륙을 벗어나 세계로 나아가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싸움이다. 또한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국을 교두보로 삼아 중국과 아시아 대륙에 진출하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아 왔다. 지금은 단지 같은 동맹국인 미국에 의해 한반도 진출이 저지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만일 한국이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면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공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20세기 초 러시아 편에 붙는다는 것은 영국과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들에 대항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국제정세에 무지했던 조선은 일본 미국 영국 등 다른 강대국들과의 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지금 한국이 미국을 버리고 중국 편에 선다는 것은 일본뿐만 아니라 서구의 모든 동맹국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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