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 2016년 일본 샤프가 대만에 팔린 데 이어 일본의 대표 에너지·인프라 기업인 도시바도 해외 자본에 매각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영국계 PEF인 CVC캐피털파트너스는 도시바 경영진에 지분 100%를 인수한 뒤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주가에 30%의 경영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감안하면 인수 가격이 2조3000억엔(약 23조340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도시바 지분 62.7%는 골드만삭스(보유 지분 7.4%) 등 복수의 해외 금융회사가 나눠 갖고 있다. 다이이치생명(2.5%) 등 일본 금융회사도 13.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도시바 경영진이 인수에 동의하고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CVC는 정식으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설 계획이다. 도시바는 경제 안보에 직결되는 원자력발전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자본이 인수하려면 일본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CVC가 도시바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루마다니 노부아키 도시바 사장은 CVC의 일본 법인 회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이번 거래를 앞두고 CVC와 교감을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시바가 지난 수년간 행동주의 펀드와 격렬하게 대립해 왔기 때문에 지배구조 재편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도시바는 2016년 회계부정과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로 재무적 위기에 빠졌다. 2017년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6000억엔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다. 이때 증자에 참여해 도시바의 주요 주주가 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은 임원 선임, 자회사 거래, 배당 정책 등을 놓고 사사건건 도시바 경영진과 대립해 왔다.
재무적 위기를 겪은 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현 기옥시아)를 미국 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해외 원전과 건설 사업부 등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도 정리했다. 사업 재편 효과가 나타나면서 2019년에는 1304억엔의 영업이익을 냈다. 1년 만에 3.7배 늘어난 수치다.
1981년 설립된 CVC는 세계 23개국에 거점을 두고 1178억달러(약 132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에도 진출해 2019년 종합 숙박 예약 플랫폼 여기어때를 인수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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