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완연한 봄날씨였지만 캠퍼스는 썰렁했다. 최근 1주일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명 나온 탓이다.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은 서너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대학 랜드마크로 통하는 이화여대캠퍼스복합단지(ECC) 1층에도 공부하는 학생은 대여섯 명에 불과했다.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는 정문에선 직원 두 명이 출입자를 대상으로 신분증 검사를 하고 있었다. 이대 국제학부 4학년 권모씨(23)는 “중간고사를 코앞에 두고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건물도 폐쇄돼 난감하다”며 “올해도 작년처럼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하지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면서 신촌 대학가 학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업과 실습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동아리활동 등 학생 교류마저 끊겼다. ‘개강 특수’를 누려야 할 대학가 상인들도 “고사 직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장 실습 어떻게 하나”
이날 연세대 서강대 이대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대학들은 모두 방역 강화에 나섰다. 2주 새 코로나19 확진자가 9명 발생한 서강대는 정문과 후문을 뺀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외부인 출입은 전면 금지했다. 학생증과 신분증을 제시한 학생과 교직원만 직원 통제 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대에서는 한때 확진자가 나온 교육관과 종합과학관 두 곳이 폐쇄됐다.
교내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학생들의 불만도 커졌다. 중간고사 기간에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일부 건물도 폐쇄되는 바람에 불편함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서강대 자연과학부 학생 A씨(25)는 “자연대는 과 특성상 실습 비중이 많은데,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돼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강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최모씨(19)도 “올해는 ‘새내기 생활’을 누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굉장히 아쉽다”며 “선후배 간 교류가 없어 누가 선배인지도 잘 모른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개강 이후 한 달 동안 대학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570명이다. 서울에서만 18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작년 11월에도 신촌 대학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돼 상당수 대학 건물이 폐쇄되고 비대면 수업이 이뤄졌다.
대학가 상인들 “개점 휴업”
학교의 코로나19 대응에 불만을 품는 학생도 많았다. 서강대는 지난달 30일 기숙사생에게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모든 경제적 손실, 민사상 형사상 책임을 학생이 진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게 해 논란을 빚었다.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에 재학 중인 송모씨(22)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전국적으로 심한데 감염 책임을 학생 개인에게 묻는다고 해 학생들 불만이 많다”고 했다. 이대 대학원생 김모씨(25)는 “논문 과제가 있는 조교들은 반드시 연구실에 나와서 업무를 해야 한다”며 “학교에서 재택근무를 권고하지만, 대부분 도시락까지 준비해 연구실에서 식사와 업무를 해결한다”고 했다.1년 넘게 코로나19로 영업 타격이 이어지고 있는 대학가 상인들도 불만을 호소했다. 이대 앞에서 마라탕집을 운영하는 유모씨(40)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주부터 손님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이번 학기는 대면 수업 비중이 늘어 한동안 장사가 잘됐는데, 다시 망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서강대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도 “점심시간인데 좌석 20개 중 손님은 1명뿐”이라며 “확진자 발생으로 손님이 끊겨 지금은 개점 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양길성/최한종/최예린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