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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8년 공들인 베트남 결제 시장서 '토종의 힘' 보여주고 있는 알리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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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4월07일(05: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 신용카드 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금융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토종' 금융 서비스 제공 업체 알리엑스 얘기다.

알리엑스는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공동 결제 단말기 사업 승인을 받았다. 한국형 VAN(밴·부가가치통신망) 모델을 기반으로 베트남 전국에 다양한 카드 발급 은행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카드 결제만이 아니라 모바일 결제와 마일리지 적립 등 각종 결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까지 맡고 있다. 알리엑스의 비현금 결제 인프라를 여러 은행들과 결제 서비스 제공사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베트남은 1억명의 인구와 젊은 노동 인력, 높은 경제 성장률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흥 시장이다.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의 다양한 기업들이 베트남 결제 인프라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 베트남 결제 인프라 시장에 진출한 해외 기업은 알리엑스를 제외하고는 단 한 곳도 없다.

2013년에 설립된 알리엑스가 올 3월 베트남에서 이 사업을 본격화하기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수년 간에 걸친 베트남 시장 조사 후 2016년 하노이 연락 사무소를 개설했다. 알리엑스는 한국에 비해 훨씬 뒤처진 베트남의 카드 결제 시장에서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봤다.

베트남은 한국과 달리 은행들이 각각의 결제 단말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한 가맹점에서 여러 은행들의 단말기가 중복해서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해당 가맹점의 결제 금액은 동일한데 결제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여러 은행들이 중복해서 부담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로 인해 베트남에선 비현금 결제를 할 수 있는 가맹점 확대가 더딘 상황이다. 새로운 결제 서비스가 시장에 계속 나타나고 있지만 서비스 수용을 위한 인프라 대응이 어려워 베트남의 신규 결제 서비스 적용에는 제약이 많다.

알리엑스는 여기에 착안해 공동 결제 단말기 사업을 추진했다. 알리엑스가 제공하는 단말기와 결제 인프라를 활용하면 하나의 단말기로 다양한 은행의 비현금 결제가 가능해진다. 베트남 정부의 비현금 결제 활성화 의지도 강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카드 결제 문화가 이식된 데다 필요성까지 부각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베트남 국민의 외국 여행이 늘면서 카드 결제 경험도 축적되고 있다. 베트남의 가파른 경제 성장과 젊은 급여 소득자 증가가 맞물리면서 카드 결제 소비자 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도 중복 투자를 줄이고 비효율 구조를 혁신한다면 카드 결제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엑스의 지속적인 시장 조사와 적극적인 참여 의지는 베트남 정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알리엑스는 베트남 정부와 중앙은행이 원하는 사업 모델을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오랜 시장 조사와 분석을 통해 베트남 정부가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의 단기적인 사업 제안보다 베트남 기업들과 지속적인 협업과 파트너십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같은 전략을 활용해 알리엑스는 베트남 정부의 신뢰를 얻게 됐고, 2019년 베트남 국책 은행인 비에틴은행, 민간 은행인 사콤은행과 계약을 진행하게 됐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긴 했지만 올 초 시스템 구축을 완성하고 올 3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했다.

알리엑스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은행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심어준 게 사업 승인을 받는데 유리했다"며 "공동 결제 단말기로 확보한 가맹점에 대해 특정 은행에 선별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것도 시장에서 빠른 신뢰를 얻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알리엑스는 이미 계약과 서비스 구축을 완료한 두 개 은행 이외에도 베트남투자개발은행과 아그리은행 등으로 거래 은행을 확대할 계획이다. 알리엑스의 다음 과제는 신규 가맹점 개발이다. 이미 베트남 운송 업체 비나선과 계약을 맺고 1000대의 택시에 단말기를 설치했다. 연내 6000대 단말기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또 병원, 약국, 학교, 주유소, 소형 잡화점 등 신규 가맹점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알리엑스는 올해 20만대 이상의 공동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고 2025년까지 베트남 전국적으로 10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박병건 알리엑스 대표는 "한국에서는 익숙한 카드 결제나 모바일 결제가 베트남에서는 아직 대도시 일부 가맹점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베트남 비현금 결제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인프라에 대한 중복 투자를 개선하고 베트남 일부 대도시에 국한된 비현금 결제 수용 가맹점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베트남 정부의 지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다른 해외 기업은 진출하지 못한 베트남 시장에 정부와 중앙은행의 사업 승인을 받아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사업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알리엑스는 현지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현지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직간접적인 업무 경험이 있는 현지 인력 확보가 쉽지는 않지만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활용해 장기 근속이 가능한 현지 인력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제도와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며 "외부인의 시각이 아니라 현지 시장의 일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정부와 금융사들을 공략한 것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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