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산율이 0.84명으로 떨어지면서 양질의 보육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태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124만4396명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25만3251명이었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이 20.4%다. 2017년 12.9%에서 7%포인트가량 오르긴 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국공립 보육기관 이용률이 평균 66%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보육 인프라 확충 대상을 국공립 어린이집뿐 아니라 사회복지법인·직장어린이집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을 감안한 공공보육 이용률 역시 작년 말 기준 32.0%에 그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등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한 현실은 아이를 낳는 것을 주저하게 해 저출산 문제를 키운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2018년 10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대’가 정부가 우선시해야 할 저출산 정책 1위로 나타났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강조하고 있지만, 행동이 말을 못 따라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에서 다섯 살, 두 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38)는 “첫째가 태어나자마자 국공립 어린이집 신청을 했는데 다섯 살이 되도록 대기가 끝나지 않아 그냥 유치원에 보냈다”며 “정부 저출산 예산이 수십조원이라는데 국공립 어린이집 늘리는 거 하나 해결하지 못 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우선 예산 부족을 꼽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지난해 740억원, 올해는 609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저출산 예산이 40조2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쥐꼬리’ 수준이다.
정부의 목표 자체가 안이하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부는 공공보육 이용률 확대 목표를 2025년 50%로 잡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두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33)는 “50%가 돼도 선진국보다 한참 부족한데 그것도 2025년에야 달성하겠다니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지방의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위해 중앙정부가 확충 비용의 70~80%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금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새로 설치할 때 비용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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