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고용난, 주거난, 수도권 쏠림 등 각종 사회 문제가 얽힌 문제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양질의 보육 시설 확충’은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짧은 시간 안에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로 꼽힌다. 이는 대다수 국민이 가장 긴요한 저출산 정책으로 꼽는 과제이기도 하다. 2018년 10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대’가 정부가 우선시해야 할 저출산 정책 1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여전히 20% 수준에 그쳐 정부의 저출산 해결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대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124만4396명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25만3251명이었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이 20.4%다. 2017년 12.9%에서 7%포인트 가량 오르긴 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은 국공립 보육기관 이용률(만 3~5세 기준)이 평균 66%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보육 인프라 확충 정책 대상을 국공립어린이집뿐 아니라 사회복지법인·직장어린이집까지 포함한 ‘공공보육’ 이용률로 삼고 있다. 이렇게 묶어서 정책을 펴는 게 맞느냐는 논란은 차치해도, 사회복지법인·직장어린이집을 합친 공공보육 이용률도 작년말 32.0%에 그친다.
국공립 어린이집 등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한 현실은 아이를 낳는 것을 주저하게 하고 저출산 문제를 키운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아동학대 사건이 민간어린이집에서 많이 나와 학부모의 국공립 어린이집 선호 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지만, 행동이 말을 못 따라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부모의 불만은 크다. 서울 용산구에서 5살, 2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38)는 “첫째 태어나자마자 국공립 어린이집 신청을 했는데 5살이 되도록 대기가 끝나지 않아 그냥 유치원을 보냈다”며 “둘째도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가 70명이 넘어 그냥 민간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저출산 예산이 수십조원이라는데 그 돈은 다 어디에다 쓰는거냐”며 “국공립 어린이집 늘리는 거 하나 해결 못하다니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학부모 정모씨(32)는 “1년 3개월 대기 끝에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에 성공했지만 대기 기간 항상 불안했다”며 “대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했다.
“정부, 저출산 위기의식 없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우선 예산 부족이 있다. 복지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지난해 740억원, 올해는 609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저출산 예산이 40조2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쥐꼬리’만한 수준이다. 정부의 목표 자체가 안이하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부는 공공보육 이용률 확대 목표를 2025년 50%로 잡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2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33)는 “50%가 돼도 선진국보다는 한참 부족한데 그것도 2025년에야 달성하겠다니 답답하다”며 “정부가 말로만 저출산, 저출산 얘기하고 위기 의식은 없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보육의 질을 높이려면 시설뿐 아니라 보육교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씨는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초봉이 월 194만원, 5호봉이 210만원 정도라고 하고, 민간어린이집은 대부분 최저임금 정도만 받는다고 한다”며 “임금이 모든 걸 말하진 않지만 이렇게 낮은 처우를 받는데 높은 서비스 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했다.
지방의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위한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새로 설치할 때 비용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부담하게 돼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비용 부담이 크고, 이는 지방의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속도가 느린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외 지방은 국고 지원 비율을 70~80% 정도로 높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등은 지방 국고보조율 우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