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그동안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양분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양강 구도’를 깨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시장대표 상품의 수수료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가 하면, 신한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 소속 인력을 스카우트해 ETF 조직을 키우고 있다. 성장하는 ETF시장의 과실을 두 회사에만 넘겨줄 수 없다며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판 흔들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117개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가치총액(AUM)은 28조232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전체 ETF 순자산의 50.1%다. 1년 전(54.2%)에 비해 4.1%포인트 줄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첫 ETF인 ‘코덱스’ 시리즈를 내놓은 운용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전체 ETF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ETF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운용사도 두 곳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양강 구도를 무너뜨리려고 나선 곳은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라는 ‘뒷배’를 둔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다. KB자산운용은 올초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 나스닥100지수 등 주요 시장 대표 지수형 상품의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나스닥100 ETF의 수수료는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세계 모든 상품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이 전략이 투자자의 호응을 끌어내며 작년 말 6.5%였던 KB자산운용의 ETF시장 순자산 비중은 3월 말 기준 8.2%로 올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ETF 강화 방침에 따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ETF시장 8위(순자산 기준) 신한자산운용도 올해 ETF 사업을 대폭 확장할 계획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달 삼성자산운용에서 김정현 ETF컨설팅 팀장을 영입해 초대 ETF운용센터장으로 선임했다. 김 센터장은 신한자산운용의 ETF 조직 확대 개편 및 전략 수립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시장 점유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인수합병(M&A) 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외국계 ETF 전문 운용사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8년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를 인수한 것처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해외 운용사를 인수해 해외형 상품의 출시를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ETF를 내놓더라도 자금을 실어주고 판매망을 깔아줄 은행, 증권 계열사가 없는 자산운용사로서 ETF 사업은 ‘계륵’”이라며 “계열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일부 운용사가 ETF 시장의 양강 구도 깨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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