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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로 흔들리는 항공기 기체 안정시킬 플라즈마 기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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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를 타다 보면 난기류 영향으로 심하게 흔들릴 때가 있다. 이러다 추락하는 것은 아닌가 긴장한 기억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항공기(고체)와 기체가 서로 부딪혀 요동치는 경계면 불안정 현상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줄일 수 있는 원천기술이 나왔다. 최원호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플라즈마를 이용한 연구 성과를 ‘네이처’지에 실었다고 2일 발표했다.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물질의 네 번째 상태로 불린다. 번개, 오로라 등이 플라즈마다. 반도체 공정의 식각 또는 증착,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된다.

바람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선 보통 프로펠러나 터빈 등 기계적 방법을 쓴다. 이와 달리 전기적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기술이 있다. 플라즈마를 이용한 ‘전기바람’이다. 플라즈마 내 하전입자가 중성입자한테 전자를 건네줄 때 에너지가 생성되면서 바람이 나오는 특수한 현상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전기바람을 이용해 무동력 비행 장치를 55m가량 날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전기바람은 기체와 액체, 액체와 고체 등 경계면에서 불안정한 현상을 제어하는 데 유용하다. 컵에 담긴 주스 표면에 빨대로 숨을 약하게 불면 잔잔히 파동이 일다 강하게 불면 물방울이 갑자기 튀는데, 이는 공기와 주스 사이 경계면 불안정 때문이다. 와인이 담긴 잔을 흔들면 와인 액체가 잔 표면에 붙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일명 와인의 눈물), 이 역시 액체와 고체 간 표면장력 차이에 따른 불안정 현상이다.

비행기 몸체를 유선형으로 설계한 것도 불안정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비행기 날개와 꼬리 주변 역시 끊임없는 공기 저항을 받는데, 이 부위에 전기바람 발생 장치를 설치한다면 공기 저항을 줄여 비행 속도를 높이고 연료 소모량도 줄일 수 있다.

KAIST와 핵융합연 공동 연구팀은 헬륨 기체를 고전압으로 이온화시켜 얻은 플라즈마를 물 표면에 분사시켰을 때, 일반적인 기체와 액체 사이 경계면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경계면이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플라즈마 총알’로도 불리는 고속 이온화 파동과 전기바람을 활용했다. 가느다란 금속 원통에 가스를 흘리고 순간 강한 전압을 걸면 플라즈마가 마치 총구를 빠져나온 총알처럼 분사되는데 이를 플라즈마 총알이라고 한다. 플라즈마 총알은 물 표면을 따라 초당 수십㎞ 속력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플라즈마 총알을 만들기 위해 가하는 전압이 크면 클수록 물 표면 안정성이 더 높아지는 현상도 발견했다. 플라즈마 총알이 물 표면과 맞부딪히는 게 아니라 물의 곡선 표면을 그대로 따라서 진행하며 전기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역학적으로 더 안정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를 물리적 실험뿐 아니라 이론적 수식 모델로 정립해 입증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플라즈마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플라즈마의 산업 활용 범위를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며 “의료, 농식품, 화학 등 여러 곳에서 응용 가능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최근 항암 치료, 식품·의료 분야 살균, 종자 발아 촉진, 폐기물 처리 등에 플라즈마를 사용하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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