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 날씨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코로나19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의서로 벚꽃길 통제에 나섰지만, 인근 벚꽃 명소로 인파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흘 연속 5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상춘객 밀집 지역이 집단감염의 진앙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이곳은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몰려든 상춘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마스크는 대부분 쓰고 있었지만, 벚꽃 아래에서 ‘인증샷’을 찍을 때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벗는 사람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런 모습은 마포대교 사거리를 지나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까지 약 1㎞ 구간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서울의 대표적 벚꽃 명소인 여의서로 벚꽃길이 출입 통제되자 길 건너 벚꽃길로 인파가 몰린 것이다.
여의도 한강공원도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깔고 앉아 봄기운을 느끼는 시민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배달음식 등을 시켜 먹으면서 마스크를 벗고 얘기했다. 돗자리를 두 개로 나눠 5인 이상 모임을 하는 경우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런 부작용은 영등포구가 여의서로 벚꽃길 통제 계획을 처음 밝힐 때부터 예상됐지만 서울시와 영등포구는 아직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방침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한강공원이나 벚꽃 명소를 찾는 시민이 늘어 우려가 크다”며 “마스크 착용 여부와 5인 이상 모임 단속 점검을 강화하겠다”고만 밝혔다.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집단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부활절을 맞아 교회나 성당에 교인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방이 막혀 있는 실내는 뻥 뚫린 야외보다 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