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따라야 하나요.”(신길뉴타운 2구역 주민)
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 사무실에서 만난 신길뉴타운 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대표는 ‘2·4 부동산대책’의 핵심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나온 뒤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은 절대 안 된다”는 주민들의 전화를 응대하느라 바빴다. 이 대표는 “주민들의 의사를 한 번도 물어보지 않고 2구역을 공공주도 재개발 대책에 포함시켰다”며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영등포구 영등포역 일대를 비롯한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21곳을 발표했다.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2·4 대책’ 이후 사업 예정구역에서 취득한 다세대주택 등은 입주권이 나오지 않고 현금청산이 되는 데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부동산 투기의혹 사건으로 공공이 주도하는 재개발 사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에서는 신길뉴타운 2·4·15구역 등 뉴타운 해제 지역이 후보지에 대거 포함됐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서 이들 구역은 다시 민간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중 2구역은 지난해 사전검토요청 동의서를 걷은 뒤 영등포구청에 제출하고 주민들로부터 추진위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인근 15구역도 구청에 사전검토요청 동의서를 제출하는 등 재개발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에는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나와 있지 않다. 신길뉴타운 해제지역에서 주민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소유주 동의 10%를 받아야 예정지구로 지정되고, 지정 1년 안에 토지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기간 내 동의율을 채우지 못하면 자동 취소된다.
일부 주민은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2·4 대책’ 발표 이후 개발지역의 토지나 다세대주택을 사면 현금청산 대상이 되면서 재개발 지역의 시세가 떨어지고 거래가 얼어붙고 있어서다. 신길동 K공인 관계자는 “2·4 대책 이후 전용면적 3.3㎡ 기준으로 3000만원까지 오르던 매물이 팔리지 않고 있다”며 “현금청산을 두려워해 투자자들도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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