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해외 증시로 발길을 돌리지 않도록 국내 증시 매력을 높이겠습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혁신성장을 위한 핵심추진방향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소비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유니콘 기업이 해외에 상장한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우리 증시환경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올해 상장 예정인 여러 대형 유니콘 기업들이 국내 증시를 매력적으로 느끼도록 우호적인 증시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쿠팡의 경우 오너들의 지분 희석 문제가 있어 차등의결권이 있는 시장으로 간 것으로 파악한다”며 “국내에서도 여야 간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한 협의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소된다면 유니콘기업을 국내증시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성장형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손 이사장은 “현재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의 대형주를 분석한 리포트가 전체 리포트의 87%를 차지한다”며 “중소기업 투자정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리서치 소외기업 대상 기업분석보고서 무상발간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회사 수가 감소하면서 활력을 잃은 코넥스 시장도 코스닥이전상장까지의 모든 단계에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적으로 부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바람에 대해서도 거래소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거래소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처럼 ESG등급 대비 주가를 설명하는 ‘주가ESG비율(Price to ESG·가칭)’ 등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지수도 만들어 기관투자자들의 벤치마크지수 및 관련 ETF 신상품 개발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의 ESG 평가 정보를 한데 모은 ‘ESG 종합포털’도 구축할 예정이다.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도에 대해서는 신축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과거에 정해둔 포트폴리오 배분 원칙이 현재 시장 상황과 들어맞지 않는다면 해당 부분은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맞다”며 “기계적인 원칙에 매몰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5월에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역사적으로도 공매도 재개 후 시장에 큰 타격은 없었고 공매도 부분재개의 대상인 대형주는 공매도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공매도 점검주기가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됐지만 여전히 점검 주기가 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속한 차량에 대해 경찰이 매번 숨어서 단속하지 않더라도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추후 통지서를 보내는 시스템과 비슷하다”며 “감시역량이 충분히 확보됐고 사후적이지만 처벌이 강화됐기 때문에 단속이 의미있게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