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각국의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분위기다. 작년 하반기 컨테이너선 부족에서 시작된 물류대란이 연쇄적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배경이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40피트 컨테이너의 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은 작년 2월 말 대비 약 5배 상승했고, 중국에서 미국 서해안으로 향하는 40피트 컨테이너 운임은 3.2배가량 올랐다. 작년 4분기 미국 수입 선적분에 대한 기업의 물류비용은 총 100억달러(약 11조25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말 미국 중남부에 몰아친 한파로 인해 그 지역 항구가 일시 폐쇄됨으로써 가뜩이나 정체된 물류 흐름이 더 악화됐다. 이로 인한 컨테이너선의 부족은 더 심화돼 해상운임은 당분간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도 컨테이너선의 부족 현상은 신조선이 대량으로 건조돼 나온다고 해도 시간이 걸리는 데다 자연재해나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인력 부족 및 파업 등으로 선박의 항구 적체 현상을 빚기 때문에 현재의 컨테이너선 운임을 크게 하락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의 대표선사인 HMM은 작년 한 해 1조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고, 올해엔 약 2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 현재 주요 화주들과 진행하고 있는 1년 단위의 장기운송 운임계약은 지난해의 2배 이상 수준에서 체결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입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해상운임이나 항공운임에 내륙 운송 및 보관, 유통비용까지 포함시켰을 때 총물류비용은 대략 최종 상품가격의 7~13%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총물류비용 최소화에 수출상품이든, 수입상품이든 판매 경쟁력이 결정되는 것이다.
원양 컨테이너정기선 시장은 글로벌 5대 선사가 85%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 선사가 주축이 된 ‘얼라이언스’라는 조직이 시장을 지배하며 운임을 조정하고 있어, 아무리 국적선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파격적인 운임 혜택이나 선박 배정을 할 수는 없다. 전체 물류비용에서 우리가 노력해 절약할 수 있는 것은 국내 발생 물류연관 비용밖에는 없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물류성과지수(LPI)를 보면 한국은 2016년 24위에서 2019년 25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국제 수송과 물류 품질 및 역량 부문에서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물류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74%로, 지난 수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7.8%, 일본의 9.42%에 비해 높은 수준인데, 그만큼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 11일 미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첫날 시가총액 886억달러(약 100조원)로 국내 기업 시총 2위 기업이 됐다. 투자자들은 택배를 중심으로 한 물류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쿠팡에 왜 그렇게 큰 관심을 보였을까. 지금은 미·중 패권 경쟁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중국에서는 아마존의 활동이, 미국에서는 알리바바의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을 경유해 미국이나 중국으로 향하는 물류 흐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종합물류기업으로서 쿠팡의 역할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글로벌 물류 체제는 크게 변화할 조짐이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 머스크 등은 통합 물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완전히 디지털화한 정보를 기반으로 최적 운송수단을 결합해 최저 운임으로 ‘도어 투 도어’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일 컨테이너선사만으로 또는 내륙 물류사업자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적 컨테이너선사, 항공사 그리고 내륙물류사업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 물류 플랫폼을 통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만 쿠팡 같은 내륙 물류사업자가 아마존, 알리바바와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꿀 수 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의 항공·육상 물류 업무를 해상 물류와 통합함으로써 종합 물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새로운 정부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발판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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