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좌초로 통행이 중단됐던 이집트 수에즈운하가 6일 만에 정상화됐지만 글로벌 공급망 타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운하 일대에 발이 묶였던 배들이 한꺼번에 풀려나 곳곳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서다.
AP통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수에즈운하는 남쪽에서 좌초된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를 이동시키고 양방향 항행을 재개했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청장은 이날 “인근 대기 선박이 빠질 때까지 사흘 반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에즈운하 양방향에서 발이 묶인 선박은 453척에 달한다. 시장조사기업 레피니티브는 “선박 통항이 정리되기까지 열흘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수에즈운하 항행이 재개된 이후에도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에즈운하 대기 선박이 빠져나간다고 해서 곧바로 물류망이 정상화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해운기업들은 화물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일제히 선박 운항 속도 경쟁을 벌이다가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 2위 해운선사인 스위스 MSC의 캐롤라인 베카르트 수석부사장은 “며칠간 닫혔던 뱃길이 열려 각 항구에 도착하는 선박이 급증할 것”이라며 “새로운 물류 혼잡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부에선 이번 사태로 인한 물류망 타격이 회복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해운 여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며 “물류망이 완전히 정리되기까지 두 달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티븐 플린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글로벌 물류망의 연쇄적 파장을 해결하려면 최소 60일이 걸린다”며 “부품을 예상 납기일에 받지 못한 기업들이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는 등 파장이 제조업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곧바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유가는 올랐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근월물은 장중 배럴당 61.78달러에 거래됐다. WTI 가격은 전날 에버기븐호 이동 소식에 장중 배럴당 59달러 선으로 내렸다. 브렌트유 근월물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65.22달러에 팔렸다. 전날보다 2달러가량 상승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