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들렸다며 10살 조카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는 물고문을 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가 30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을 저지를 의도는 없었다"고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조휴옥)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모 A씨(34·무속인)와 이모부 B씨(33·국악인) 측 변호인은 "A 피고인과 B 피고인은 살인의 범의(犯意)가 없었다. 때문에 핵심 혐의인 살인죄에 대해 부인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혐의 인정 여부를 답한 뒤, 구체적 사실관계에 관해서는 추후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변호인은 이들이 조카 C양(10)에게 가한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이날 재판에서 A씨 부부는 재판부가 묻는 질문에 대답할 뿐,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지난달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C양을 3시간에 걸쳐 폭행한 뒤 화장실로 끌고 가 손발을 빨랫줄로 묶어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여러 차례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30분 이상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물고문’ 가혹행위는 지난 1월24일에도 한 차례 더 있었으며 1월20일에는 개똥을 핥게 하는 엽기적인 학대 행위도 가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학대 모습은 이들 부부의 휴대폰에 사진과 영상으로 저장돼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사건 당일까지 14차례에 걸쳐 C양을 학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 부부는 학대 이유에 대해 "조카가 말을 듣지 않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서"라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무속인 A씨가 C양에게 귀신이 들렸다고 믿고 이를 쫓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 양의 사인은 속발성 쇼크 및 익사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5일 A씨 부부에게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한편 C양 친모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혐의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2차 공판은 다음달 13일 열릴 예정이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