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찍지 않고)기권하겠다"고 밝혔다.
조기숙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무능을 이번 시장 선거에 심판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며 "나는 무능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하다. 무능보다 나를 더 화나게 하는 건 위선"이라고 했다.
그는 "(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도 자신과 다를 바 없이 적절한 욕구로 부동산 시장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면 절대로 내놓을 수 없는 정책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망가뜨렸다"며 "현 정부는 무주택자의 갭투자를 투기라며 대출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현금이 없는 무주택자는 폭등하는 집값을 보면서 손을 놓게 만들었다. 그나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해서 집을 산 사람들은 행운아였다"고 했다.
조기숙 교수는 "국민으로서 1세대 1주택은 국가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주거권이다. 주택 소유까지 막는 건 과도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의 강남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려 경질된 것에 대해서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익 추구"라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건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기숙 교수는 "사퇴와 도덕적 비난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해석에 따르면 이해충돌 회피 원칙을 어긴 공직자로서 법적으로도 처벌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김 전 실장은 임대차 3법이 가져올 후폭풍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면서도 이를 강행했다는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남들도 다 나 같은 마음이라고만 생각했다면 가뜩이나 전세가 씨가 마른 상황에서 이런 법을 통과시켜 국민을 괴롭히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기숙 교수는 "더욱 가관인 것은 현 정부의 기준에 따르면 정부 내에 1주택 투기자들이 넘친다는 것"이라며 "전세 살며 전세 끼고 갭투자를 한 이낙연 전 총리도, 강남에 전세 끼고 갭투자하고 강북에 사는 김상조 전 실장도, 구로구에서 12년을 지역구 의원을 하면서 집은 연희동에 가지고 있는 박영선 후보도 현 정부의 기준에 따르면 갭투기자"라고 했다.
조기숙 교수는 "나의 기준에 따르면 1주택자인 공직자들이 집을 어디에 가지고 있던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며 "하지만 현 정부가 일반 국민에게 들이댄 잘못된 투기 기준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도 윗물은 맑은데 아랫물이 흐려서 LH 사태가 터졌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방향은 옳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서민들의 주택 소유를 원칙적으로 막고 있고 현금 부자들에게만 부동산 투기의 꽃길을 깔아주고 있기에 그렇다"고 했다.
조 교수는 "나는 민주당이 여러 정책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내년 대선에 이겨 한 번 더 정권을 연장하길 바란다"면서도 "민주주의의 장점은 견제와 균형에 있고, 견제와 균형을 가장 손쉽게 실천하는 건 집권당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기권할 생각이지만 이마저도 비난하는 민주당 지지자들 때문에 국힘(국민의힘) 후보를 찍을까 하는 반감마저 드니 더 이상 나 같은 유권자를 자극하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조기숙 교수는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꾸준히 비판해오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기숙 교수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것과 관련 "이분(조기숙 교수)은 옆에서 지켜봐주기 민망할 정도의 강성 골수 친노(친노무현)"라며 "이분이 돌아섰으면 상황이 심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