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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만에…수에즈 운하 다시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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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을 위기에 빠뜨렸던 이집트 수에즈운하의 마비 상태가 풀렸다. 운하 좁은 구간에서 좌초돼 길목을 막았던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일간의 예인·준설 작업 끝에 이동에 성공했다. 지난 23일 좌초된 지 엿새 만이다. 일대에 발이 묶였던 선박이 수백 척에 달해 항행이 완전히 재개되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릴 전망이다.
에버기븐호 엿새 만에 이동 재개
29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에버기븐호 선체가 선미부터 선수까지 완전히 물에 떠올라 이동 중”이라며 “운하 통항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각국 전문가로 구성된 구조팀이 밀물로 조수 수위가 높아진 이날 새벽부터 오후 3시께까지 예인·준설 작업을 벌인 결과다.

AP통신은 위성사진과 선박 위치정보 등을 분석해 “에버기븐호가 운하 중앙으로 옮겨진 뒤 수로와 거의 평행한 상태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에버기븐호는 수에즈운하에서 폭이 넓은 구간 중 한 곳인 그레이트비터호(湖) 쪽으로 이동한 뒤 선박 기능 점검을 받게 된다.
“하루 10조원 무역길, 복구엔 수일”
운하 항행이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일대에 대기 중인 선박이 매우 많고 다양해서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에즈운하 양방향에서 발이 묶인 선박은 453척에 달한다. 세계 최대 해운기업 중 하나인 덴마크 마에르스크는 “밀려 있는 선박들이 전부 운하를 빠져나가는 데만도 6일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업 레피니티브는 “밀린 선박 통항이 정리되기까지 열흘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병목 현상 우려도 나온다. 유조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속도 경쟁을 벌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SCA는 앞서 이를 막기 위해 선박 130여 척을 우선 운항하도록 계획 초안을 짜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19로 이미 타격을 입은 세계 물류망을 크게 흔들었다. 수에즈운하는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에즈운하 좌초 사태로 타격을 받은 세계 무역 규모는 하루 90억달러(약 10조1900억원)에 달한다. 선박 수십 척은 이미 아프리카 남쪽 끝 희망봉을 우회하는 대체 항로를 택해 운항 중이다. 운항기간은 약 2주, 연료 비용은 수십만달러가 더 드는 길이다.

중동과 유럽 간 주요 에너지 수송의 길목인 수에즈운하가 다시 뚫려 에너지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란 기대에 이날 국제 유가는 장중 하락세를 탔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근월물은 배럴당 59.78달러에 거래됐다. 전일 대비 약 1.95% 내린 것으로 배럴당 60달러 선이 깨졌다. 23일 배럴당 57달러 선이던 WTI 가격은 에버기븐호 좌초 사태 직후 61달러 선까지 올랐다. 브렌트유 근월물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63.62달러에 팔렸다. 전날 대비 약 1.47% 낮은 가격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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