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엿새째 가로막으며 하루 약 10조1800억원(10억 달러) 규모의 물류 차질을 빚고 있는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를 수로에서 꺼내기 위한 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곧 다가올 만조 때를 '골든 타임'으로 보고, 배를 물에 띄우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이번 만조 때 별다른 진척을 이루지 못하거나, 자칫 무리한 인양으로 배가 파손되면 운하봉쇄는 더욱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28일(현지시간) 사고 선박의 뱃머리가 박혀있던 제방에서 총 2만7천㎥의 모래와 흙을 퍼내고, 18m 깊이까지 굴착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예인선이 진입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키 위해 선박 선수쪽 제방을 넓게 파냈고, 배를 물에 띄우기 위해 굴착 작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고 선박의 기술관리 회사인 버나드 슐테 선박관리(BSM)는 추가로 투입된 2대의 대형 예인선이 이날 밤 선체 부양 작업에 합류한다.
선박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의 위성사진을 보면, 네덜란드 선적 '알프 가드'와 이탈리아 선적 '카를로 마그노' 등 2척의 예인선은 이날 수에즈시 인근 홍해에 도착한 상태다.
이날 밤은 보름달이 뜨는 최대 만조(한사리)로 구난 작업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성명을 통해 "앞으로 24시간 동안 만조 때 운하 수위가 올라갈 때가 사고 수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SCA와 이집트 정부는 운하 내 좌초선박인 에버기븐호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으며 28일~29일 만조 때 운하 수위가 올라간 동안 예인선과 준설작업에 박차를 가해 반드시 좌초선박을 인양한다는 계획이다.
사고수습 6일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현재까지 에버기븐호는 29m 정도 방향을 트는데 그친 상태다. 이집트 당국은 이번 만조 기회를 놓치면 사고수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좌초사고 인양 작업에 투입된 세계 최대 해저준설업체인 네덜란드 보스칼리스는 외신과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운하의 수위와 토양의 상태에 달린 문제지만, 우리는 인양 성공 확률을 50% 정도로 보고 있다"며 "이번 만조 기회를 놓치면 에버기븐호를 빼내는데 며칠이 걸릴지, 앞으로 몇주가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고 선박 처리가 지연돼 엿새째 물길이 막히면서 운하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 수는 369척으로 늘었다. 이집트 정부는 이 사고로 하루 약 158억원(1400만달러)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사고 발생 6일 동안 누적된 손실은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수에즈 운하는 한 해 1만9000척의 선박이 이용한다. 전 세계 무역량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사태 장기화에 세계 최대 규모인 덴마크 선사 머스크, 2위 선사 MSC 등 일부 선사들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희망봉 경유 등 대체 노선으로 배를 돌리기도 했다. 희망봉을 경유하면 노선 거리가 약 6000마일(약 9천650㎞)이 늘어난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