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들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27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전날 대만 군용기 총20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번 무력시위 규모는 대만 국방부가 지난해 중국 군용기의 비행 상황을 매일 발표한 이후 최대다.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간 중국 군용기는 J-16 전투기 10대, J-10 전투기 2대, H-6K 폭격기 4대, KJ-500 조기경보기 1대, Y-8 대잠기 2대, Y-8 기술정찰기 1대 등이다.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간 중국 군용기들은 대만 남부를 포위하는 듯한 비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은 일부 군용기가 대만 남쪽으로 비행해 필리핀 루손섬과 대만 사이에 있는 바시 해협까지 비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로 여겨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지 않았다.
중국의 무력시위를 두고 대만 언론들은 미국과 대만이 전날 해경 분야 협력 양해각서에 공개 서명한 것에 중국이 반발해 무력시위를 벌인 것으로 분석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대만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잉그리드 라슨 이사와 샤오메이친 대만 주미대표는 해경 분야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 1월 출범한 이후 대만 정부와 공식 협력 추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해경 협력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중국 주변 바다에서 중국의 세력 팽창을 견제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과 대만이 밀착행보를 보일 때마다 중국은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번 무력시위에 앞서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에는 미국과 대만이 단교 이후 최고위급 정부 관료인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과 키스 크라크 국무부 차관을 잇따라 대만에 보내자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마지노선을 넘는 행위를 했다며 대만 인근 하늘과 바다에서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신용현 기자 yonghyu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