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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올 들어 15兆 팔아치운 국민연금…동학개미 분노에 결국 물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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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51거래일 동안 순매도를 지속했다. 이후 잠깐 며칠간 순매수하기도 했지만 다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까지 올 들어 3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연기금이 내다판 국내 주식은 15조5348억원어치로 지난해 1년간 순매도 물량(3조4192억원)의 네 배를 웃돈다. 이 중 대부분을 국민연금이 판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동학개미 반발에 부담 느낀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파는 것은 자산배분 전략 때문이다.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국민연금은 투자한 돈이 한쪽 자산에 편중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시장의 리스크를 완전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특정 자산시장이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기금 운용액 전반에 대한 악영향은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자산 대비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은 16.8%다. 다만 여기서 5%포인트만큼 더 보유하거나 덜 보유할 수 있다. 끊임없이 평가가치가 바뀌는 자산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21.2%에 이르렀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연금 운용역들은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에서 2%포인트를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 이를 벗어날 경우 기금운용위원회 등에 사유를 보고해야 한다. 26일 기금운용위에 상정된 안건은 이 범위를 3.5%포인트까지 넓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최대 20.3%까지 국내 주식을 담아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국내 주식을 추가로 팔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전략을 바꾸는 것은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반발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금리 인상 등 악재에 더해 국민연금의 매도 물량이 코스피지수 추가 상승에 부담이 되자 동학개미들은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달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매도를 당장 중단하라’ ‘주가 하락의 주범인 기금운용본부를 해체하라’ ‘대량 매도 이유를 해명하라’ 등의 글이 올라와 수천 건의 공감을 받았다.

이달 4일에는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국민연금 본사가 있는 전북 전주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지긋지긋한 박스피를 벗어나 13년 만에 봄이 찾아온 국내 주식시장에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는 연속 매도 행태는 동학개미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규탄했다. 기관투자가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 구조가 바뀌었는데 과거 전략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국민연금 수익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아
이 같은 논란이 정치권까지 번지면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자산배분 문제를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일부 기금운용위원도 지난달 회의에서 해당 안건의 논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민연금 안팎의 운용 전문가들은 자산배분 기준 변경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에 상정되는 안건을 미리 심사하는 투자정책 전문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의 전문가들은 모두 해당 안건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투자정책 전문위원회에서는 “지금 국내 주식 보유 비중 범위를 변경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기금운용위에 올렸다. 24일 실무평가위원회에서도 “관련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온 이후에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국민연금이 내놓은 중장기 자산 운용 전략과 모순된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5월 국민연금은 중기자산배분안에서 2025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5%까지 낮추기로 했다. 국민연금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은퇴 인구 증가에 따른 국민연금 운용액 감소를 감안하면 국내 주식 매도는 어차피 불가피하다”며 “지금 주식을 팔지 않으면 미래에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정부가 다음달 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보유 비중 범위 조정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국민연금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경목/황정환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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