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 용어를 먼저 알아볼까요? 뉴욕증권거래소는 미국을 대표하는 증권거래소입니다. 1817년 뉴욕 증권거래위원회로 등장했고 1963년 현재의 명칭을 갖게 됐습니다. 한국거래소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거래소는 주식과 채권을 사고파는 곳입니다. 기업들은 주식을 처음 공개할 때 거래소를 이용합니다. 거래소에 기업을 공개해 자본을 유치하는 것을 상장이라고 합니다.
공모가는 ‘처음 공개하는 기업의 주당 가격을 얼마로 시작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공모가는 아무렇게나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 가치, 실적, 미래 가치 등을 감안해 결정됩니다. 쿠팡은 기업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1억3000만 주를 새로 발행했는데, 주당 35달러로 평가받은 겁니다. 쿠팡이 제시한 32~34달러보다 높게 평가된 겁니다. 좋은 기업이라는 뜻이죠.
이날 쿠팡은 630억달러(약 72조원)의 가치를 지닌 기업이 됐습니다. 주당 35달러를 총 주식 수(기존 주식+신규 발행 주식)로 곱한 금액입니다. 이것을 시가총액이라고 합니다. 시가총액 순위에서 쿠팡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는 것은 ‘대박 뉴스’입니다. 이날 신규 발행한 주식을 통해 5조170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기업은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투자자는 왜 주식을 살까요? 기업이 성장하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쿠팡은 왜 한국거래소가 아니라 뉴욕증권거래소로 갔을까요? 이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첫째 이유로는 상장 규제가 꼽힙니다. 미국 뉴욕시장은 적자 기업이어도 상장을 받아줍니다. 테슬라가 대표적인 곳이죠. 테슬라는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선 상장 직전 3년 동안 적자가 발생하면 상장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쿠팡도 적자가 심했습니다. 수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만큼 미국 증권시장이 유연하다는 겁니다. 미국은 되는데 왜 아까운 국내 기업을 해외 시장에 나가도록 할까요? 규제 때문입니다. 차등의결권도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많이 인정합니다. 차등의결권은 주주의 권한을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다른 주식보다 29배나 많은 의결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범석의 1주는 다른 사람의 29주와 같은 힘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클래스 B라는 주식이죠. 우리나라에선 주주 평등이다 뭐다 해서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창업자나 대주주 권한이 잘 확보돼 있어야만 기업 경영에 전력투구할 수 있고, 이것이 보호돼야만 새로운 기업가들이 이어져 나온다는 게 미국 사람들 생각입니다. 그래야 주식 발행과 공개를 마음 놓고 할 수 있고, 기업을 공격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때 방어할 수 있겠지요.
쿠팡 대주주인 손정의 씨가 한국 상장보다 뉴욕 상장을 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시장 규모가 한국보다 뉴욕이 더 크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쿠팡의 뉴욕시장 상장은 뒤따를 기업들에 모범이 됐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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