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은 폐렴 치료제로 쓰이는 슈퍼항생제 테이코플라닌(Teicoplanin)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능력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슈퍼항생제는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를 제압할 수 있는 항생제를 뜻한다.
테이코플라닌은 글라이코펩티드 계열의 슈퍼항생제다.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메치실린 내성포도상구균(MRSA)과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을 제압한다. 현재 폐렴과 피부질환 골관절 감염증 등의 치료를 위해 쓰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 1월부터 고려대 약대 및 세종산학협력단과 테이코플라닌에 대한 항코로나바이러스 효능 검증 연구를 수행해왔다.
세포실험 결과, 연구진은 테이코플라닌이 100μM(마이크로몰) 이하 농도에서도 세포병변 효과를 차단하고 세포 독성은 나타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효능 농도와 세포독성 농도의 차이가 커서 치료 용량 선택의 폭이 넓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저용량 투여로 경증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고용량으로 중증환자 치료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테이코플라닌을 기존 코로나19 치료제와 병행해 사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테이코플라닌이 기존 치료제의 작용 기전과 다르게 세포감염에 필수적인 '카뎁신 L(Cathepsin L)'의 활성을 특이적으로 저해하기 때문이다. 폐렴 치료제로 쓰이는 만큼 2차 감염으로 인한 폐렴 증상의 악화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국제약은 내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임상 2상부터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이코플라닌의 투여 경로와 용량 범위가 기존 허가 내용과 같고, 안전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테이코플라닌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사스 및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항바이러스 효능을 가진 것으로 보고된다”며 “동물효력시험 결과를 신속히 확보한 후에 국내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동국제약은 테이코플라닌에 대한 완제 및 원료 의약품 생산을 위한 발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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