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17일(16: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의 금호리조트 인수 적정성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금호석화 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일 예정인 '도전자'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는 박찬구 현 금호석화 회장(박 상무의 작은아버지)의 대표적인 경영 실책으로 금호리조트 인수를 꼽는다. 물론 금호석화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발끈하고 있다. 금호석화가 공시한 인수 완료 예정일(31일)을 앞두고 금호리조트 인수전을 되짚어 봤다.
◆금호석화, 부채 포함 6250억원에 리조트 인수
금호리조트는 작년 9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한 직후부터 매물로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의 인수 불발로 '구멍'이 생긴 재무제표를 만회할 방법이 필요했고 당장 손쉬운 방법이 금호리조트 매각이었다. 금호리조트는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들이 나눠서 가지고 있는 회사로, 경기 용인 아시아나 컨트리클럽(CC)과 통영마리나 등 리조트 4곳, 중국 웨이하이에 골프앤리조트 등을 갖고 있다.
작년 말 NH투자증권 등의 주관으로 매각이 진행됐는데, 여기서 금호석화는 총 2554억원을 적어 냈다. 2000억원을 넘게 적어 낸 곳이 금호석화 하나만은 아니었지만, 금호석화의 인수 의지가 상당했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후문이다.
금호석화와 그 100%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이 각각 1754억원, 800억원을 들여 금호리조트 지분을 나눠 갖는다. 금호석화 이사회는 지난 2월23일 금호리조트의 발행주식 중 66.7%(1604억원), 금호홀딩스 지분 39.3%(150억원)를 1754억원에 사기로 결의했다. 또 100%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이 금호리조트 주식 33.3%를 800억원에 인수한다. 모두 합하면 2554억원이 들어가는 딜이다. 오는 31일 인수가 마무리된다. 금호석화는 4월1일자로 대표이사 발령 등까지 모두 마칠 계획이다.
박 상무 측은 박찬구 회장이 특별한 시너지 효과도 없는 금호리조트를 비싸게 주고 사 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상무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가 주장하는 7,900억원 가치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미래수익성 추정치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업타당성분석의 결과를 투명하게 주주와 공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전날 나온 미국 의결권 자문사 ISS의 보고서를 언급하며 "금호리조트는 회사의 사업과 연관성이 없는 기업으로 인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상무는 이 자료에서 "코로나19 이후 수익력을 확보하겠다는 경영진의 주장은 금호리조트의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코로나19의 타격이 없었던 2019년에도 매출 757억원, 영업손실 37억원, 당기순손실 325억원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업황개선 기대감 ... 시너지는 '물음표'
금호리조트 매각이 처음 시작될 때는 부채가 많고 실적도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인수전이 시작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매각 측은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곳만 20~30여곳"이라며 '대박'을 자신했다. 예비입찰에 이어 본입찰까지 칸서스자산운용, VI금융투자, 화인자산운용, 라인건설 등 거의 모든 인수 후보들이 완주했다. 골프장 가격이 최근 홀당 100억원에 육박(사우스스프링스CC 홀당 95억원에 매각완료)하는 상황에서 국내 최고 골프장으로 꼽히는 아시아나CC(36홀)에 대한 수요가 컸던 영향이다.
금호리조트 부채는 작년 말 기준 약 3700억원이다. 주식을 인수하는 데 든 비용 2554억원과 합하면 금호석화는 약 6250억원에 금호리조트를 산 셈이다. 박 상무의 전언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내부적으로 이 리조트의 가치를 7900억으로 계산해 보고한 것인데, 이보다는 1000억원 가량 낮다. 부동산의 가치는 평가하기에 따라 고무줄이긴 하지만 최근 모든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입찰이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너무 비싸다'는 논의는 사실 크게 의미가 없다. 차순위 등 다른 인수후보들이 제시한 가격과 금호석화가 제시한 가격 간의 차이를 비교할 수는 있으나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졌다고 보기도 힘들다. 적정가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후보를 꺾어야 인수에 성공하는 경쟁입찰의 속성까지 감안해야 한다.
이제 남아있는 금호리조트를 둘러싼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절연'함으로써 금호리조트가 더 좋아질 수 있는지 여부다. 금호석화 측은 이 리조트가 2025년까지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 100억원 이상 나는 사업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장밋빛 비전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여기는 편이다. 골프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아시아나CC에 대한 선호도도 여전하다. 리조트는 낡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번 딜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이 기대한 대로 리모델링과 주변부지 개발 등을 병행하면 돈을 벌 기회가 없지 않다. 기존 금호그룹에서는 추가 투자를 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다. 또 금호그룹과 얽힌 여러 비용을 털어낼 수 있다면 부채와 영업손실 등은 개선 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 번째 이슈는 금호리조트가 금호석화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금호리조트가 금호석화에 재무적으로 부담을 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큰 부담은 아니다'는 의견이 많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호석화의) 연결 매출액 중 금호리조트 비중이 2% 미만"이라고 했다. 인수 주체인 금호석화와 금호피앤비화학은 보유자금으로 인수비용을 댔다. 부채비율 등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수 밖에 없다. 요컨대 금호리조트 인수의 문제점은 '돈이 많이 들고 재무적인 어려움을 가중시켜서'라기보다는 '그 돈을 다른 데에 사용했을 때 얻게 될 기회비용이 아깝다'는 쪽에 가깝다. ISS가 금호석화 주총을 앞두고 낸 보고서에서 금호리조트 인수가 재무적으로 큰 부담을 준다고 보지 않으면서도 그 결정이 보내는 '신호'가 부정적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화가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금호리조트를 인수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요즘 M&A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부실한 업체를 과도하게 비싸게 샀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평가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화의 본업과 관련성은 높지 않으나 본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이 난 상황에서 리조트 인수만으로 경영성과를 따질 수는 없는 문제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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