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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자르려면 100억 달라"…'황금낙하산' 마련하는 상장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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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인수합병(M&A)에 의해 사내이사가 임기 중 해임될 경우, 회장과 대표이사에게는 100억원을, 등기이사에게는 50억원을 퇴직금 외에 퇴직보상액으로 지급한다”

코스닥 상장사 웰크론이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도입하는 정관 수정사항의 일부다. 웰크론의 사내이사는 이영규 회장을 포함한 5명이다. 이들 모두를 해임하려면 최소 3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이와 같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특수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조항을 ‘황금낙하산’이라고 부른다.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한 가운데, 황금낙하산 등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하는 상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낸 상장사 가운데 이와 같은 조항을 도입하는 상장사는 총 네곳이다. 웰크론의 자회사인 웰크론한텍은 웰크론과 동일한 수준의 보상 규정을 도입했다. 두 회사는 여기에 추가로 회장의 퇴직금 지급율을 재임 1년당 3개월분의 급료에서 4개월 분의 급료로 상향했다. 진단키트 제조사인 마이크로디지탈은 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해임될 경우 대표이사는 100억원, 이사에게는 5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정관을 바꾼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서남 역시 타 상장사들과 유사한 이사 1인 당 50억원 수준의 퇴직보상금 규정을 도입한다.

황금낙하산 외에도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해 적대적 M&A 방어에 나선 회사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이에이치큐는 오는 26일 정기주총에서 적대적 M&A 이후 기존 이사를 해임하고 신규 이사를 선임할 때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도록 정관을 바꾼다. 상법은 이사해임 등 특별결의 사안의 경우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도록 한다. 상법이 제시한 것보다 강력한 결의 요건을 도입해 사실상 적대적 M&A가 어렵도록 한 셈이다.

상장사들이 이처럼 경영권 방어 조항을 정관에 도입하는 것은 지난해 이후 코스닥지수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관련사채의 행사건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주식관련사채는 보유자에게 특정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를 제공하는데, 발행사의 주가가 오를수록 보유자는 이를 행사할 동기가 강화된다. 이는 보유자가 최대주주가 아닐 경우 경영권의 약화로 이어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관련사채의 행사건수는 5982건으로, 2019년(2267건)보다 163.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황금낙하산을 비롯한 경영권 방어책이 부실 기업의 경영권 전환을 통한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상장기업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채택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황금낙하산 조항을 채택한 기업들이 제시한 최대지급금액은 평균적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4.2배, 시가총액의 27.4% 에 달한다. 실질적으로 외부 자금의 투입이나 자산 매각 없이는 지급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해외 사례를 참고할 때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주주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영권 방어 조항들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 신청기업의 경영권보호 수단을 심사해 일부 독소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면 상장을 거절하고 있다”며 “한번 도입된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은 경영진이 원해도 쉽게 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입 단계부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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