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호출 업체 우버가 영국에서 운전기사를 개인사업자(프리랜서)가 아닌 직원으로 처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운전자들은 유급 휴가와 연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우버가 늘어난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우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7만 명 이상의 영국 내 우버 운전자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유급 휴가와 연금 등의 혜택을 준다고 밝혔다. 우버가 자사 운전자들에게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버의 이번 결정은 영국 대법원이 지난 2월 우버 운전자를 근로자로 분류해야 한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우버는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자사를 겨냥한 비우호적인 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소송 비용이 급증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우버의 이번 결정으로 임시 계약직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긱(gig·임시직) 이코노미’ 회사들의 정책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번 결정이 우버 영국 운전자들에게 더 많은 보수와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육아 휴가나 해고 수당 등 피고용자로서 완전한 보호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운전자들의 근로 시간 산정 등 아직 풀어야 할 쟁점도 많다.
우버는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운전자를 직원으로 처우하지 않는 대신 최저임금의 120%를 보장하고, 의료 보조금, 사고 발생 시 치료비, 유족 사망 보험금 등 다양한 혜택을 주기로 합의했다. 이후 우버는 작년 12월 미국에서 승객들의 차량 이용료와 음식 배달료(우버이츠) 등을 인상했다. 우버가 운전자들 처우 개선에 나서면서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