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한 빈집에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사건과 관련 경찰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17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다.
경찰은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유전자(DNA) 검사 결과 친모로 나온 석모(48)씨에 대해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석씨는 끝까지 출산을 부인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석씨가 친모일 확률은 100%에 수렴한다고 밝혔다.
사건을 맡은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석씨는 경찰 신고 하루 전인 지난달 10일 여아 시신을 발견했다.
석씨는 건물주 요청에 따라 딸이 살던 빌라 3층에 올라갔다가 최근 친딸로 밝혀진 3세 여아가 반미라 상태로 숨진 것을 발견하고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 날 남편인 A씨에게만 이 사실을 말했고, 결국 A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구미경찰서 수사 관계자는 "석씨가 시신을 유기하려 한 정황이 있었지만, 미수에 그쳐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숨진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씨는 DNA 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경찰은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 김모씨(22)가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석씨는 이 결과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친부일 가능성이 있는 석씨의 내연남에 대한 DNA 검사도 했지만 친자관계를 확인하진 못했다.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 아동과 석씨의 친자관계 확률이 99.9999% 이상이라고 밝혔다.
국과수는 "유전자 검사 정확도는 케이스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도 "이번 경우에는 친자관계 확률이 99.9999% 이상이다"라고 했다.
앞서 국과수는 숨진 여아, 김씨, 이혼한 전 남편 등의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국과수는 결과가 너무 황당해서 여러 번 반복 검사를 하고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김씨의 친정어머니인 석씨에게까지 유전자 검사를 확대한 결과 석씨가 3세 여아의 친모인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 가족 관계가 아니었고, 가족 간에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 여러 사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며 "유전자 검사로 결과를 남겨 놓자는 취지에서 (석씨를) 검사했는데 외할머니가 친모로 나타났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실상 첫 평가전 성격을 띤 사건이었지만 경찰은 공개수사를 하지 않고, 가해자 자백에만 의존해 수사를 진행해 부실수사 논란을 자처했다.
경찰은 여아를 빈집에 놔두고 이사해 숨지게 한 혐의로 김씨를, 큰딸인 김씨의 여아를 약취한 혐의로 석모씨를 각각 구속한 상태지만 이들의 신상공개는 하지 않았다.
아동범죄 특성상 주변인 제보가 절실했지만 경찰이 비공개 수사를 고집하다 아무런 단서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석씨가 사라진 아이 행방에 대해 끝까지 함구할 경우 미성년자 약취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이 비공개 수사 방침을 고수한 가운데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 제작진은 15일 석씨의 사진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사진은 모자이크가 약하게 처리돼 있다.
그알 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구미 3세 여아의 친모로 확인된 석씨를 알고 계신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라고 공지했다. 석씨가 1973년생이라는 정보도 공개했다.
앞서 피해 아동의 사진이 언론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피해 아동에게서 별다른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미스터리는 더 커졌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피해 아동은 영양상태도 좋아 보이며 부모가 아이와 놀아주며 즐거워하는 장면도 있었다. 옷도 깔끔하고 집안 상태도 청결해 보인다.
경찰은 석씨가 그동안 임신 사실을 숨겨왔을 것이고, 출산과 출생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산파 등 민간 시설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출산하고 난 뒤에는 위탁모 등에게 아기를 맡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낳은 아이는 출생신고가 돼 있지만 석씨의 출산 기록과 출생신고는 없는 점에 주목하고 구미시와 공조해 민간 산파와 위탁모를 찾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