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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쿠팡도 10년 걸린 미국 상장, 마켓컬리 첩첩산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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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3월16일(04: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가 미국 상장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최근 상장 주관사였던 삼성증권과 계약을 해지했다. 2018년 주관 계약을 맺고 기업공개(IPO)를 준비했으나 상장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이번 계약 해지로 마켓컬리의 국내 상장 작업은 3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업계는 미국 상장 준비를 본격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상장하려면 현지 사정에 정통한 글로벌 증권사와 손잡아야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일찌감치 골드만 삭스를 주관사로 낙점했고 앨런앤드커머니, JP모건체이스를 추가했다. 마켓컬리도 조만간 주관사를 재선정하고 해외 증권사들로 새 진용을 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마켓컬리가 미국 증시에 입성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1일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쿠팡과 비교했을 때 낮은 시장 점유율과 거래 규모, 사업 확장성의 한계, 복잡한 지분 구조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점에서다. 쿠팡만 해도 기업공개 준비에 10년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두 배 가까이 급증하지 않았다면 쿠팡도 상장이 순탄치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켓컬리가 뉴욕증시(NYSE)에 상장하려면 수익성, 매출액, 현금흐름 등 3가지 부문에서 요구사항 중 1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수익성 부문에서는 직전 3개 회계년도의 세전이익의 합이 1억 달러(약 1200억원) 이상이거나 각 3개 회계년도의 세전이익이 각각 2500만 달러(약 285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마켓컬리는 최근 연간 1000억원 대 영업 적자를 내고 있어 수익성 요건은 충족하지 못한다.

매출액 부문에서는 상장 요건을 뛰어넘는다. 뉴욕증시 상장 조건은 최근 회계년도의 매출액이 7500만 달러(850억여원) 이상이고 시가총액은 7억5000만 달러(8500억 여원) 이상이어야 한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4289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가치도 1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현금흐름 조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상장 기업의 직전 2개 회계 년도 영업현금흐름이 각각 2500만 달러(285억원) 이상이고 최근 12개월 매출액의 합이 1억 달러(1200억원)이상, 시가총액 5억 달러(57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쿠팡의 경우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선 것이 상장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마켓컬리가 미국에 상장하려면 영업현금흐름을 개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마켓컬리가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신선식품 배송을 뛰어넘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마켓컬리는 거래 품목이 신선식품에 한정돼있어 급격한 실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쉽게 상하는 식선식품의 특성상 재고 관리와 물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설립 6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마켓컬리와 달리 쿠팡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설립 11년 만인 지난해 약 1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 거래액은 22조원으로 국내 전자상거래업체에서 13%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누적 적자 규모는 4조5000억여원이었지만 약 1500만명의 이용자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거래 규모로 성장성을 인정 받았다. 반면 마켓컬리의 회원수는 700만명으로 쿠팡의 절반 수준이다. 누적 적자 규모는 3000억원 대로 추정된다.

마켓컬리는 지금까지 시리즈 A~E 투자를 진행하면서 42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초기 투자자인 SK네트웍스를 비롯해 힐하우스캐피탈, 세콰이어캐피털차이나 등이 참여했다. 이밖에 DST글로벌, 에스펙스, 트랜스링크캐피탈 등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은 10% 대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차등 의결권 제도가 허용된 미국 상장으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IB업계는 마켓컬리가 2023년까지 미국 상장을 마무리짓기 위해 서두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18년 포함시킨 드래그얼롱 조항에 따라 3~5년 내 상장하지 않을 경우 소수 주주의 주도 아래 회사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어서다. 쿠팡의 상장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미국 상장을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미국 상장에 성공하려면 치열해진 영업 환경 속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상장으로 7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쿠팡이 전방위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네이버, 카카오 등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마켓컬리만의 입지를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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