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부동산 투기 특별검사 도입에 소극적인 야당 지도부에 대해 야권 내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검 수사를 통해 여권발 부동산 시장 폭등과 불법 투기 의혹을 내년 대선까지 끌고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선 “야권이 LH 투기 의혹에 대한 특검을 보다 공세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여권의 각종 의혹에 대해 ‘약방의 감초’처럼 특검을 주장했던 국민의힘이 이번 특검에 대해선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아래)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특검에 대해 당내 여러 의견들이 나오자 같은 날 오후 “우리 당은 특검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출범에만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특검으로 황금 같은 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 즉각 검찰수사부터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입장을 정리했다. 원론적으로 특검을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검찰수사부터 받으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 위주로 꾸려진 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검찰 수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사실상 특검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야당의 입장은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출범 후 주요 의혹사건에 대해 특검 조사를 강하게 주장해온 과거 흐름과 거리감이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21대 국회 첫 개원 당시 MBC과 검찰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특검을 주장한 이후 △박원순 성추행 의혹 △추미애 아들 군휴가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대북 원전 건설 의혹 등 9개월동안 총 다섯 개 사안에 특검 도입을 주장했었다. 이런 정치현안들은 모두 당시 검찰 또는 경찰이 수사 중이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할 수 있다”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야권 편이라던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도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았던 국민의힘이 이제 와 갑자기 검찰 수사부터 하자고 하니 ‘정치 공세’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현 국회의원 300명에 대해 투기 여부를 전수조사를 하자는 여권 측 제안에 대해서도 “집권여당부터 먼저 하라” “지자체장, 지역의원까지 포괄해서 범위를 확대하자” 등 조건을 내세우며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대선 주자였던 홍준표 의원(사진 위)이 SNS에 “도대체 야당이 뭐가 켕겨서 뒷걸음질 치나”며 “경찰 조사는 계속 하고 특검 통과 되면 자료 넘겨 수사하면 되지 않나”고 정색하고 야권을 비판할 정도다. 이 글의 댓글엔 “뒤가 구린 인간들이 많은가 보다” “정치 테크닉 1도 없는 빙신들”이라는 평가들이 달렸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이번 LH 의혹의 핵심은 향후 땅값과 집값 상승을 노린 공기업, 공무원의 투기”라며 “3기 신도시 뿐 아니라 GTX, 가덕도신공항 등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에 광범위한 이권이 개입해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헤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수세에 밀렸던 여당은 역공에 나서는 조짐이다. 특검을 처음 제안했던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국민의힘에 대해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닌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LH 사태의 이면에는 조국, 윤미향 등으로 대변되는 여권의 도덕적 해이도 자리잡고 있다”며 “경찰 수사를 우선하고 미진할 경우 특검 조사를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