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가 첫 관문인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재건축에 나서는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4066가구) 등 대단지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재건축 메리트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 안전진단 통과
12일 강동구에 따르면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는 지난 10일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52.17점)을 받고 통과했다. 민간 용역업체가 수행하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통과가 나오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에서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받을 수 있다.1983년 준공된 이 단지는 18개 동, 24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재건축 이후에는 3000가구 이상의 대형 단지로 거듭난다. 지하철 5호선 명일역이 가까워 도심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다. 재건축조합 설립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일 강동구에 조합 설립 인가 신청도 마무리했다. 지난 1월 열린 조합 창립총회에서 전체 토지 등 소유자 약 95%의 동의를 얻었다.
고덕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주공아파트인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도 오는 4월 2차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51.29점)을 받았다. 1985년 준공돼 올해로 37년차를 맞았다. 14개 동, 1320가구로 구성됐다.
이른바 ‘명일 4인방’으로 불리는 신동아·우성·고덕현대·한양아파트도 잇따라 정밀안전진단 신청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주변에 모여 있는 ‘알짜’ 단지로 꼽힌다. 강동구에 따르면 우성(572가구)과 신동아(570가구)는 하반기에 1차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고덕현대(524가구)와 한양(540가구)도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인근 가격 상승이 재건축 동력
고덕동과 상일동의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명일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니 신도시급’ 단지가 조성된 고덕지구는 ‘고덕아르테온’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8억65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되는 등 신흥 인기 주거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일동 M공인 관계자는 “2019년 삼익그린1차를 재건축한 명일동 ‘래미안 솔베뉴’(1900가구)가 성공적으로 입주하면서 안전진단에 도전하는 노후 단지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실거래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익그린맨션2차’ 전용 66㎡는 지난달 27일 13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월 12억6000만원에 거래된 뒤 4000만원 올랐다. 현재 호가는 14억원대에 형성됐다. ‘고덕주공9단지’ 전용 83㎡는 지난달 3일 기존 최고가보다 2100만원 높은 13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고덕동과 상일동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명일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시세(3월 12일 기준)는 3982만원이다.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고덕동과 상일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시세는 각각 4593만원, 4521만원에 달한다.
광역교통망 구축도 호재다. 중앙보훈병원역을 시작으로 5호선 고덕역을 거쳐 고덕강일1지구까지 4개 역을 신설하는 9호선 연장 사업이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지구 광역교통개선 대책에 강동~하남~남양주 간 지하철 건설 사업이 포함되면서 ‘끝동네’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강동구에는 올해 분양시장 최대어인 둔촌주공을 포함해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편”이라며 “명일동 개발이 본격화된다면 강동구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버금가는 강남4구 주거지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