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투자자문사를 차린 뒤엔 저평가된 중소형 가치주에 주로 투자했다. 작년 100%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그는 실적 등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저렴한 가치주를 선호한다. 하지만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한 저성장 저평가주 투자는 경계했다. 정 대표에게 ‘진흙속에서 진주를 찾는법’을 물어봤다.
▷자신만의 기업 발굴 노하우는.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피하고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을 선호한다.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말은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작다는 뜻이다. 그래도 밸류에이션이 낮지만 주가가 상당 기간 오르지 못한 기업은 피한다. 앞으로도 저평가 국면에 머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을 이끄는 건 결국 성장 모멘텀이다. 성장 산업군에 속한 기업 중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해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을 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구체적인 사례는.
“해당 산업의 업황이 중요하다. 업황이 좋으면 기대 이상으로 이익을 거두는 회사가 나온다. 이렇게 산업을 선택하고,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을 찾기 시작한다. 최근 수소 관련 산업에서 찾은 종목으로 삼양사가 있다. 시가총액이 6000억원이 채 안 되는데,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가총액 1조1000억원이 넘는 J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다. 삼양패키징, KCI 등 상장회사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삼양사는 화학·식품회사다. 밀가루와 설탕 등을 생산하고 페트병 관련 사업을 주로 한다. 성장성이 거의 없는 사업이다.” ▷전형적인 저성장 저평가주 아닌가.
“잠재력을 눈여겨봤다. 삼양사가 자회사를 통해 수소차용 이온교환필터 등 수소 관련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또 미래차의 성공을 좌우할 자동차 경량화에 필요한 소재 등도 생산한다. 삼양사는 1924년 설립된 회사다. 쉽게 망할 회사가 아니다. 거기다 자동차 경량화, 쇠보다 더 강한 플라스틱, 썩는 플라스틱인 바이오플라스틱, 무균 충전 음료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이런 잠재력이 아직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성공 사례는.
“DI동일이라는 회사다. 과거 동일방직이란 의류소재 기업이다. 이 회사는 2차전지 테마로 접근했다. 당시 시가총액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가치보다도 적었다. 서울 테헤란로에 큰 사옥을 두고 있고 수도권과 지방 여러 곳에도 땅이 많았다. 물론 주력 사업만 놓고 보면 만년 저평가 종목이다. 그런데 자회사 중 동일알루미늄이라는 곳이 2차전지 소재인 알루미늄박 분야에서 국내 선두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투자한 후 주가가 세 배 넘게 올랐다.”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