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 에이치엔노바텍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힘(Heme) 분자와 생선 연육을 활용해 대체육류를 개발한 푸드테크 기업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대체육류라고 하면 ‘콩 고기’를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많은 기업들이 콩이나 곡물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반면 에이치엔노바텍은 해조류에서 답을 찾았다.
“에이치엔노바텍의 ‘마린미트(가칭)’는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와 광어, 우럭 등 수산물, 몇 가지 농산물만으로 육류 맛을 내면서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대체육류입니다. 지난 4년 동안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 고기 맛이 나는 핵심 인자인 힘 분자를 해조류에서 추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김양희(52) 에이치엔노바텍 대표는 오랜 기간 식품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식품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가축 사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CH₄)가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대체육류 개발에 도전하게 됐다. 대체육류 기술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성장기에 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많은 기업들이 시작 단계에서 신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대체육류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국내 한 투자증권회사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류 시장은 2018년 10조1000억원에서 2026년 30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콩 뿌리에서 추출한 힘 분자로 만든 햄버거용 패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대체육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요. 맛은 기존 육류와 유사하면서 영양학적으로 기존 육류보다 뛰어나다면 신시장 개척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김 대표는 기존 대체육류의 문제점을 개선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대체육류는 원재료의 유전자 변형(GMO)이나 다량의 첨가제가 들어가 알레르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가격이 비싸 상품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고기 맛이 덜해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에이치엔노바텍이 다시마와 미역에서 추출한 다양한 힘 분자는 고기와 유사한 맛을 내 만족도가 높았다. 2019년부터 1600여 명이 시식한 결과 “진짜 고기 패티와 맛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유전자 변형이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안전성을 크게 높였을 뿐만 아니라 기존 대체육의 10분의 1 가격으로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해조류 추출 방식은 콩 뿌리 추출 방식보다 생산성이 높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해요. B사의 대체육은 1kg당 5만6800원인데 마린미트는 약 6800원에 불과해요. 대체육뿐 아니라 기존 육류와 비교해도 가격 측면에서 이점이 있어요.”
에이치엔노바텍의 힘 분자 기술은 국내외 식품 회사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힘 분자를 이용해 각종 응용식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요청과 응용식품 공동개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에이치엔노바텍은 싱가포르, 유럽 등 식품 회사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술이 미래다’라는 신념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어요. 힘 분자를 통해 지금의 고기 맛을 내는 대체육류를 개발하기까지 약 4만 번의 실험을 거쳤습니다. 각고면려(刻苦勉勵) 끝에 대체육류를 개발하고 난 후, 해외에서도 저희 제품에 관심을 가지고 협력 방안을 제안해 올 때 오랜 노력이 결실을 이룬 것 같아 보람을 느껴요.”
에이치엔노바텍은 올 상반기 대체육류 제조를 위한 힘 분자 제조공장을 설립해 B2B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우선 1일 3톤의 마린미트 소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2022년 이후에는 1일 10톤으로 확대 생산할 방침이다. 소고기, 닭고기 마린미트 소재에 이어 돼지고기, 양고기, 오리고기 등 다양한 맛의 소재도 개발할 예정이다.
<hr >
설립일 : 2016년 10월
주요 사업 : 대체육류 개발, 농식품용 신소재 개발
성과 : 해양수산 미래기술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해양수산부 장관상) 수상(2019), 디지털이노베이션(푸드테크 부문) 대상 수상(2020), 국가대표 혁신기업 1000 선정(2020),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상 수상(2020), 벤처기업 인증(2021)
zinysoul@hankyung.com[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