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제안한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슈퍼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2배 인상안(7.5달러→15달러)은 부양 법안에서 빠졌다.
상원은 이날 찬성 50 대 반대 49로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을 담은 ‘미국 구조 계획’ 법안을 가결했다. 총 100명 중 9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민주당 50명은 전원 찬성했지만 공화당 49명은 전원 반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통합’을 부르짖었지만 투표 결과는 철저히 ‘당파적’으로 나온 것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 뒤 ‘이것이 마지막 코로나19 부양책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면 또 다른 법안을 낼 것이고 이 법안이 충분하다면 또 다른 법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면 추가 부양책을 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것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구조 법안이 아니라 좌파가 좋아하는 사업들의 나열”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오는 9일 하원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하원은 지난달 27일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을 처리해 상원에 넘겼지만 상원이 법안 일부를 수정함에 따라 수정안을 재의결해야 한다. 하원은 민주당이 확실한 과반이어서 법안 처리에 어려움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 통과 즉시 법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인을 돕기 위한 “커다란 발걸음”이라고 환영했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에는 미국 성인과 아동 1인당 최대 1400달러 현금 지급, 주당 실업수당 300달러 지원, 세입자 강제퇴거 금지 연장, 유급 휴가와 아동 세제 혜택 확대, 주·지방정부 보조(3500억달러), 학교 정상화, 코로나19 검사와 백신 접종 지원 등이 담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예산감시 단체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를 인용해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의 54%가 개인, 24%가 정부, 4%가 기업에 배정된다고 보도했다.
최대 1400달러 현금 지급 대상은 개인 연소득 8만달러 이하, 부부 합산 16만달러 이하다. 당초 하원안은 개인 10만달러 이하, 부부 합산 20만달러 이하였지만 상원이 조건을 다소 강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가정의 85% 이상이 1인당 현금 1400달러를 받을 것”이라며 “연간 10만달러를 버는 전형적인 중산층 4인 가족은 5600달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수당은 9월 6일까지 주당 300달러가 지급된다. 당초 하원은 주당 400달러를 8월 29일까지 지급하기로 했지만 상원은 금액을 줄이는 대신 기간을 늘렸다. 실업수당 1만200달러까지는 비과세 처리하기로 한 점도 하원안과는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하고 하원이 통과시킨 최저임금 2배 인상안은 상원 법안에선 제외됐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가 반대한 데다 상원 사무처가 민주당이 단순 과반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는 ‘예산 조정’ 대상에 최저임금 법안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시간당 7.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10명은 연방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10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이 손을 잡고 최저임금 타협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