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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낭비 막는 안전판인데…'예타' 건너뛰는 新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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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운영 중인 공항은 15개. 이 중 인천·김포·제주·김해·대구공항을 제외한 10개는 거의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그랬다. 파리만 날리는 이들 지방공항에는 공통점이 있다. “제가 당선되면 이 지역에 공항을 짓겠습니다”와 같은 정치인들의 선거 공약에 따라 지어졌다는 것이다.

부산과 거제도 사이에 있는 섬 가덕도에 대형 국제공항을 짓기 위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접근성도, 안전성도,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가 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특별법은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핵심이다.
○대규모 예산 투입 앞서 타당성 검증
예비타당성조사는 나랏돈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업의 타당성을 미리 따져보도록 한 제도다. 줄여서 ‘예타’라고 많이 부른다. 예타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9년 예산회계법 시행령을 통해서다.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자는 목적에서다. 당시 우리 정부는 1997년 말 터진 외환위기의 여파로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2007년 예산회계법을 대체하는 국가재정법이 시행되면서 예타 관련 규정도 새 법으로 옮겨졌다.

국가재정법은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 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거치도록 했다. 철도, 도로, 공항, 항만 등을 짓는 토목사업이나 통신망 구축 등의 정보화 사업,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신규 사업에 예산을 받으려는 정부 부처는 기획재정부에 예타를 요구하게 된다. 기재부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조사를 맡긴다. 예타 결과 타당성이 인정돼야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예타가 지방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낙후된 지역에서는 주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기반시설을 확충하려 해도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대도시에만 유리한 제도가 아니냐는 얘기인데, 균형 발전을 위한 ‘적극행정’ 차원에서라도 예타 면제를 비판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예타는 재정 낭비를 막는 ‘안전판’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예타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8년까지 154조원 규모의 300개 사업이 예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제동이 걸렸다. 다만 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어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다.
○재정 지키는 안전판? 균형발전 막는 걸림돌?
국가재정법에는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거나, 긴급한 사정으로 국가 차원의 추진이 필요한 사업 등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역대 정부마다 예타를 건너뛰고 강행한 국책사업이 적지 않다. 기재부에 따르면 예타 면제 규모는 이명박 정부에서 61조1387억원, 박근혜 정부에서 23조9092억원, 문재인 정부는 올 2월까지 96조8697억원으로 집계됐다. 혈세 낭비를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도입된 예타의 취지를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고, ‘신공항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부산·울산·경남에서조차 부정적 평가가 훨씬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부는 가덕도신공항 사업비를 최대 28조원으로 예상했는데, 시민단체들은 40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오직 표 구걸을 위해 추진된 ‘정치 공항’은 혈세만 낭비하는 ‘하얀 코끼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얀 코끼리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쓸모가 없는 무용지물을 비유하는 말이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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