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두고 부실한 법망이 투기를 방치해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는 주식 거래와 달리 부동산 시장에선 관련 종사자의 부당 거래를 처벌할 법이 미비한 탓이다. 법과 내부 규정으로 거래마저 제한하는 주식과 비교해 부동산 거래에 대해선 잣대가 허술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무 관련성' 입증해야 처벌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LH 등 주택 및 토지 개발 업무를 맡은 임직원의 부당 거래를 처벌하는 법규는 ‘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특별법’이 있다.공공주택특별법 9조와 57조는 공공주택사업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부패방지법 7조와 86조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로 재산상 이익을 취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두 법이 정한 처벌의 전제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로 재산상 이득을 얻었을 때다. 이때 의혹에 연류된 LH 직원이 ‘업무상 얻은 비밀’을 근거해 땅을 샀는지 입증하기는 까다롭다. 이들이 신도시 지정과 관련 없는 업무를 하거나 내부 정보가 아닌 뉴스 등을 보고 신도시 지정을 추측해 땅을 샀다고 주장하면, 형사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서다.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들 LH 직원 다수는 신도시 ‘지정’이 아닌 ‘토지 보상’ 업무를 담당했다. 신도시 개발을 위해 원주민에게 땅을 매입하는 토지 보상 작업은 신도시 지정 이후에 이뤄진다. 광명·시흥 신도시는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2014년 지구 지정이 해제된 곳이기도 하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토지 매입과 관련한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도시 지정 사실을 업무를 통해 얻은 것이 아니라 평소 부동산에 관심 있어 땅을 샀다고 주장한다면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비밀누설금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0건이다.
주식은 거래마저 제한하는데…
주식 거래와 비교해 공공기관 임직원의 부동산 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법과 규정도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임직원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식과 채권, 펀드 등을 거래할 때 자기 명의의 계좌 하나만 이용해야 한다.거래 내용은 분기별로 소속 회사에 통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금융감독원 국·실장급 직원은 내부 규정에 따라 주식거래가 전면 금지다.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대검찰청 임직원도 주식 거래가 제한됐다.
부동산 거래로 부당 이득을 얻었을 때 처벌 수위도 낮은 편이다. 미공개정보를 미리 얻고 주식을 거래해 부당 이득을 얻으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부당이익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에 처한다. 부당이익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반면 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특별법이 정한 벌금은 각각 7000만원, 5000만원 이하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개발 과정에서 얻은 부당 이득을 수익에 비례해서 과징하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