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04일(04: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알루미늄 압출 업체 알루코의 신용도가 계열사 지원 부담 탓에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알루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도 외형 성장을 이루며 비교적 선방했지만 재무안정성이 뒤처지는 종속기업과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등으로 인해 투기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알루코는 종속기업과 계열사(지난해 9월 말 별도 기준)에 대여금 898억원, 원화 지급보증 626억원, 외화 지급보증 1억3400만달러 등의 재무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알루코의 자본총액이 203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종속기업과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이 과중하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계열 전반의 재무안정성이 알루코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라 알루코가 앞으로도 지원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알루코의 단기성 차입금은 총 3371억원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564억원이며, 장부금액 3902억원인 유형자산 대부분은 이미 담보로 제공돼 있는 상황이다. 다만 차입금 중 원재료 조달에 연계된 구매자금 대출 등은 순상환 부담이 크지 않은 편이다.
알루코는 알루미늄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1956년에 동양강철공업으로 설립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케이피티유로 1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하면 41.1%다.
알루미늄 압출 가공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다. 국내 2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경쟁 강도도 세다. 이런 가운데 알루코는 국내 1위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각화돼 있다.
알루코는 알루미늄 압출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현대알미늄은 알루미늄 건자재 시공을 하고 있다. 베트남 소재 법인도 알루미늄 압출재를 생산하면서, 베트남 현지에서 모바일 케이스와 TV 디스플레이 프레임을 판매하고 있다. 주력인 건축용 소재의 매출 비중이 40~50%인 가운데 특수산업재와 모바일·태양광·자동차 등 다양한 전방산업에 납품하고 있다. 전방산업이 광범위한 덕분에 연결 기준 4500억~5000억원의 안정적인 연 매출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엔 신규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알루미늄 케이스 양산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SK이노베이션과 수주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영업수익성도 회복세다. 알루코는 2018~2019년 종속기업인 고강알루미늄의 장기 파업에 따른 조업 손실과 고정비 부담 가중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모바일 수주 물량이 줄고 건설 경기가 꺾이면서 현대알루미늄의 매출이 감소했다.
이렇다 보니 2017년까지 연결 기준 5% 안팎이던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 마진이 2%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로 TV 디스플레이 프레임 수요가 늘면서 3분기 누적 연결 기준으로 매출이 3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1%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손실을 계속하던 고강알루미늄은 종속법인에서 제외하고, 자산 내용연수 경과에 따른 감가상각비 감소 덕분에 EBIT 마진은 5.9%를 나타냈다.
물론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잉여현금흐름은 알루코의 고민거리다. 알루코는 그룹 차원의 베트남 법인 생산 체제 구축을 대부분 외부 자금을 통해 진행했다. 차입 규모는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알루코의 총차입금은 2016년 말만 해도 1735억원이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는 388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연평균 200억원 규모의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외 생산시설 규모를 감안할 때 경상적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연간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발생할 전망"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등 신규 사업 추진시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하고, 기술 대체가 빠른 전방 가전·모바일 산업의 특성상 투자 부담이 있어 중단기적으로 잉여현금흐름 창출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알루코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으로 BB+를 부여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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