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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칼럼]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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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말하는 ‘균형’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균형 쪽으로 작동하고, 자원은 그 신호를 보고 이동할 뿐이다. 현실은 ‘동태적 불균형’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수요가 변해도 공급에 시차가 있는, 게다가 구조적인 장벽도 많은 노동시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인재난이 연일 뉴스를 타고 있다. 인력수급 불균형은 놀랄 일이 아니다. 자원이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시스템이면 신호를 보고 움직여야 한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게 문제의 본질이다. ‘시스템 실패’다.

맥킨지앤컴퍼니가 ‘코로나19 이후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냈다. 코로나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니 뭘 말하려는지는 짐작대로다. 디지털 전환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상당수 일자리는 코로나가 끝나기도 전에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으면 생겨나는 일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역사는 기술과 일자리 간 갈등 속에서도 총량적인 일자리는 늘어났다는 점을 증명해주고 있다. 없어지는 일자리를 보고 기술변화의 속도를 통제하겠다는 쪽과, 생겨나는 일자리를 보고 교육변화의 속도를 올리겠다는 쪽의 운명이 어찌될지는 긴말이 필요 없다. 산업혁명의 승자와 패자의 엇갈림은 물론이고 인적자원밖에 없다는 한국의 과거 경제성장도 이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있는 지금의 한국은 SW로 무장하고 인공지능(AI)과 공존할, 인간만이 할 수 있거나 보다 창의적인, 생겨나는 일자리를 향해 교육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가.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겠다. 한국의 SW·AI 교육은 양적으로 중국을 이길 수 있는가. 질적으로 미국을 이길 수 있는가. 글로벌 일자리 사슬에서 한국은 어디에 포지셔닝할 것인가. 이것은 산업 경쟁력을 넘어 미래 세대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불행히도 지금의 한국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쪽으로 더 빨리 가지 못해 안달이 난 형국이다. 컴퓨터공학부 정원을 두고 미국 스탠퍼드대와 비교하며 서울대는 왜 이러냐고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밖에선 대학과 학부, 학과의 경계가 없는 쪽으로 질주하고 있다. 학과란 사일로(silo)에 갇힌 대학을 보면 앞이 캄캄해진다. 그나마 KAIST가 잘하고 있다지만 그곳도 한 꺼풀 벗기면 하소연이 가득이다. 사립대는 더 심각하다. 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이란 시대착오적인 가격규제, 자기혁신력 상실 등으로 곳곳이 멍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교육도 부실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 온라인 컴퓨터과학 석사프로그램은 학점당 180달러, 학위는 7000달러다. 공들여 만든 강의자료에 AI 조교 등으로 품질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2020년 가을학기에 세계 100개국에서 1만 명 이상이 몰렸다는 게 그 증거로 보인다.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는 국내 대학이 이 정도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한국어 보호막 속에 연명하는 온라인 교육이 얼마나 버틸까. 수도권·비수도권 할 것 없이 오프라인 교육까지 무너지며 대학이 우수수 사라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구글이 6개월 인증서(certificate)로 대학 학위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때가 아니다. 대학이 무너지는 데 순서가 있을 것이란 기대는 착각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초·중등 교육으로 가면 더 암울해진다. SW·AI교육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면 뭐 하나. 정작 교육현장은 요지경인 것을. SW중심대학협의회 회장인 서정연 서강대 교수는 2022년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대선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2022년 교육과정 개정’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온통 나눠먹기에만 골몰할 뿐 파이를 키울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지 고민하는 지도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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