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그룹 블랙핑크의 글로벌 10대 팬이라면 한 번쯤은 찾는 명소가 있다. 블랙핑크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든 집인 ‘블핑하우스’다. 팬들은 이곳에서 사진도 찍고 춤도 춘다. 하지만 실제로 건축한 집이 아니다. 아바타 기반 SNS인 제페토에서 재현한 공간이다. 지난해 7월 공개된 이후 990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글로벌 대표 메타버스 서비스
김대욱 네이버제트 공동대표는 4일 “아바타는 모습은 이용자와 닮았는데 더 매력적이고 실제 세상만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글로벌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를 사로잡았다”고 제페토의 흥행 비결을 설명했다. 제페토는 이용자와 꼭 닮은 3차원(3D) 아바타를 만든 뒤 증강현실(AR) 기술로 실제 사진이나 가상 배경에 자연스럽게 합성해주는 서비스다. SNS 기능도 접목해 이용자끼리 여러 가상 공간에서 문자, 음성, 이모티콘 등으로 친목도 다질 수 있다. 인공지능(AI), 3D, AR, 클라우드 등 네이버의 첨단 정보기술(IT)을 동원해 개발했다.2018년 8년 출시 직후 별다른 홍보 없이도 미국 중국 영국 등의 해외 앱 장터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가입자도 최근 2억 명을 넘어섰다. 게임, 카메라 앱 등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개발한 인터넷 서비스 중 가장 많은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했다. 전체 이용자 중 80% 이상은 10대 청소년이다. 90% 이상이 외국인 이용자다.
MZ세대가 고객군에 집중 포진해 있다 보니 글로벌 기업의 협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구찌의 신상품을 볼 수 있는 가상 공간인 ‘구찌 빌라’를 제페토에 설치했다. 한 달 만에 방문객 130만 명을 넘기는 등 관심이 폭발했다. 김 대표는 “나이키와 협업해 내놓은 운동화 아이템은 500만 개가 팔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많이 판매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지난해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K팝 업체들이 170억원을 네이버제트에 투자했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인기 K팝 그룹이 제페토에 내놓은 콘텐츠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용자가 만드는 제페토 세상
김 대표는 제페토의 성공 요인으로 실패를 독려하는 회사 문화를 꼽았다. 네이버제트가 지난해 5월 독립한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에서는 매주 2~3개 신규 서비스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 반응이 신통치 않은 서비스는 바로 폐기했고 이런 과정에서 제페토의 자양분이 쌓였다”고 말했다. 신속한 서비스 개선도 주효했다. 매주 3~4회 콘텐츠를 추가하고 각종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김 대표는 “급증한 이용자를 만족시킬 콘텐츠를 회사가 계속 보강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페토에서 의류 등 콘텐츠를 개발해 판매하는 이용자는 50만 명이 넘는다. ‘lenge렌지’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용자는 패션 아이템을 팔아 한 달에 3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제페토는 스스로 확장하고 있다. 스타급 이용자는 연예기획사 등의 회사를 직접 꾸리고 있다. 미국 게임 엔진 제작사 유니티는 지난해 12월 개발자 콘퍼런스 행사인 ‘유나이트 서울 2020’의 일부를 제페토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가상현실(VR) 콘텐츠도 추가해 제페토의 영역을 계속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완/구민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