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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상 숙성 거쳐야 '진짜 위스키'…와인과 달리 세워 놓아야 증발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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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만 있을 뿐이다.”

스코틀랜드 격언이다. 이 말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세상엔 위스키의 종류가 그만큼 많다는 것,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제조해도 기본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는 술이라는 얘기다. 위스키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술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맥주와 위스키는 형제지간
위스키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유래한 증류주다. 위스키와 맥주는 형제다. 두 주종 모두 맥아(몰트·싹튼 보리)를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맥아즙에 효모를 첨가하는 과정은 같지만 홉을 넣고 끓이는 과정을 거치면 맥주, 증류 과정을 거쳐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키면 위스키가 된다.

위스키에는 족보가 있다. ‘세계 5대 위스키’ 생산국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이다. 국내 판매되는 대부분의 술은 스코틀랜드산(스카치) 원액으로 만든 위스키다. 어떻게 생산하느냐도 중요하다. 크게 싱글몰트, 블렌디드, 그레인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싱글몰트는 한 증류소에서 나온 맥아 원료만으로 제조한 위스키다. 그레인 위스키는 보리 맥아가 아니라 밀, 옥수수 등 다양한 곡물로 제조한다.

블렌디드는 몰트와 그레인을 혼합한 위스키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위스키 절대 다수가 블렌디드다. 국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윈저, 임페리얼, 골든블루,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패스포트 등 귀에 익숙한 브랜드 대부분이 블렌디드다. 위스키 시장의 새로운 물결은 싱글몰트다. 단일 증류소에서 생산한 싱글몰트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개성있고 다양한 맛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글렌피딕, 맥캘란, 글렌그란트, 발베니 같은 브랜드가 해당된다.
매년 2%씩 증발하는 술
오크통에 든 위스키 원액은 1년마다 전체 용량의 약 2%가 자연 증발한다. 이걸 ‘천사의 몫’이라 부른다. 위스키를 사랑하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천사가 가져가 마신 것”이라고 멋지게 둘러대면서 생긴 말이다. 천사가 뺏어가는 양이 늘어날수록 희소성이 생기고 가격도 높아진다. 위스키 숙성에는 최소 3년이 걸린다. 스코틀랜드 법으로 3년 이상 숙성한 원액으로 제조해야만 위스키라고 부른다. 오랜 기다림 때문에 위스키를 ‘시간이 만든 예술’이라고도 부른다.

위스키 시장에선 아시아가 새로운 별이다. 일본은 세계 5위 위스키 제조국으로 명성이 높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주류회사 닛카 창업자 다케쓰루 마사타카는 와인을 만들던 산토리와 협업해 1923년 오사카 야마자키에 일본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를 세웠다. 현재 산토리가 만드는 ‘히비키’, ‘야마자키’ 등이 세계적 인기다. 한 병에 3억원 경매가를 찍기도 했다. 대만의 ‘카발란’ 위스키도 마니아층이 두텁다. 2005년 세워진 대만 최초의 증류소에서 생산하는 싱글몰트다.
위스키로 홈칵테일 즐기기
위스키는 와인과 보관법이 다르다. 와인은 눕혀 보관해야 하지만 위스키는 세워서 보관한다. 유통기한은 없지만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서 보관하고, 개봉 후에는 파라필름으로 병마개 부분을 감싸주면 증발을 막을 수 있다. ‘와인 세이버’ 같은 도구로 막아 공기를 차단하는 것도 좋다.

잔도 중요하다. 주둥이가 좁고 깊이가 있는 잔에 마셔야 한다. 주둥이가 너무 넓은 잔은 향이 퍼져버린다. 소주잔처럼 깊이가 짧으면 위스키의 향 대신 알코올 냄새가 먼저 올라와 맛을 망친다. 위스키의 호박색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잔의 투명도도 중요하다. 위스키는 예민한 술이라 물 한 방울만 떨어트려도 그 맛과 향이 바뀌기 때문에 최악의 선택은 종이컵이다.

위스키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조금 ‘기술’을 가미하면 다양한 칵테일로 즐길 수 있다. ‘하이볼’은 간단하면서도 대표적인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이다. 좋아하는 위스키와 탄산수를 1 대 3 비율로 섞은 뒤 얇게 썬 레몬과 얼음을 넣으면 된다. 어떤 위스키를 넣느냐에 따라 다른 향이 나기 때문에 여러 잔을 만들어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위스키는 각종 차(茶)와도 궁합이 맞는다. 칵테일 한 잔당 위스키 30~40mL를 넣은 뒤 얼그레이 홍차, 헤이즐넛 시럽, 훈연으로 그을린 시나몬스틱 등을 섞으면 ‘얼그레이 칵테일’이 만들어진다. 재스민 티백 1개와 레몬주스, 바닐라시럽, 토닉워터 등을 섞으면 바닐라향을 상큼하게 즐기는 ‘바닐라 칵테일’이 완성된다.


박종필/정소람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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